'원팀' 협력 실효성에 의문 제기
기술·경쟁 구도 속 협력 한계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 한화오션 단독 입찰에도 수주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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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주도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해외 수출에 협력하는 '원팀' MOU를 체결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단독 입찰로 참여했지만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글로벌 방산 수주 '원팀' 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을, 한화오션은 잠수함을 각각 주관하며 입찰 참여 시 양사가 상대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MOU에는 '해외 수주 성공 시 두 회사가 각각 일정한 비율로 일감을 나눠 건조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팀코리아'가 10척의 수출 계약을 따내면 주관업체가 6척, 지원업체가 4척을 나눠 건조하고 필요한 기술을 공유하는 식이다.
방산업계 내에서는 '원팀 합의'에 대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산업의 특성상 보안 문제로 협력이 쉽지 않고, 기술적 제약 또한 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출혈 경쟁을 멈춘 것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서로 다른 설계 기술과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한 업체가 필두로 나가 입찰 경쟁에 성공한다고 해도, 양사가 나눠 건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 업체가 따온 물량을 두 업체가 나눠 건조하는 방식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며 "일례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도산안창호급(3000t급) 잠수함을 만들 수는 있지만, 설계 과정과 최종 모델이 약간 다르다. 다른 특수선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도 협력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양사 모두 수주 물량을 나눠야 할 이유가 크지 않고, 유럽 시장에서의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서다. 유럽 시장의 경우, 첫 수주만 받아낸다면 이후 다른 유럽국으로의 확장이 용이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방위산업 관련 전문가는 "방산 수주는 한 번 계약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유럽의 경우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 번 발주를 받아온다면 추가적인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협력이 실현되더라도 대형 프로젝트에 한해 건조 캐파(생산능력)를 공유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사안별로 나누어 협력 가능성을 분석해야 하고, 남는 물량이 생기더라도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어렵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캐파가 부족해도 협력보단 발주국과의 논의를 통해 납기일을 늘리는 방안을 먼저 고려할 것"이라며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해도, 계약서상의 단가를 두 업체가 똑같이 맞추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원팀 합의' 이후 폴란드 해군이 추진하는 오르카 프로젝트의 입찰 경쟁이 본격화했지만, 한국이 수주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발주처인 폴란드는 나토(NATO) 내 방위비 분담금을 많이 내는 독일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입찰 대상에는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포함돼 있는데, 정치·외교적 요인을 고려하면 독일 업체가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오션 내부적으로도 입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 경우 초기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개별 입찰을 준비했지만, 원팀 결성을 통해 한화오션이 단독 입찰로 참여했다.
폴란드는 올해 2분기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9월께 최종 사업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오르카프로젝트는 3척의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사업 규모는 약 22억5000만유로(3조3500억원)로 추정된다.
방위산업 연구원은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는 원팀 합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해당 사업에서 수주를 받는다고 해도 HD현대중공업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적다"며 "한화오션이 납기일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외교적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할 거라 최종 입찰에서 선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폴란드 사업을 제외하고도 양사는 '원팀'을 통해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중동 지역 국가들의 잠수함, 호위함 사업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MOU는 법적 효력이 없는 만큼 향후 양사가 얼마나, 어떻게 협력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