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특임대사·검사까지…삼성그룹 전관(前官) 모시기는 현재진행형
입력 2025.02.27 07:00
    삼성바이오, 사외이사에 이호승 전 정책실장
    삼성중공업은 전 조달청장 이사 후보로
    삼성리서치, 특임공관장 출신 고문으로
    삼성물산은 공정위, 검사 출신 각각 영입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요 요직에 고위 공직자 출신을 영입함으로써 외풍(外風)을 막아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기업들의 오래된 관례다. 삼성그룹은 아직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황. 전관에(前官) 대해 예우가 남다른 삼성은 올해도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 모시기에 한창이다.

      삼성그룹에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이 후보는 이후 문 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특히 거시경제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과 관련한 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승계 혐의에 대한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는데, 업계에선 삼성바이오가 재무·경제 전문가인 이 후보 영입을 통해 일정 수준의 역할을 기대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사외이사로서 직무수행 계획에 대해 “재무·행정 전문가로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경영활동 및 내부통제 기능을 감독해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사 정책 수립에 대한 조언 및 리스크헤지(Risk Hedge) 역할을 최선을 다할 것임”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상규 전 조달청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회사는 한국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 출신인 남기섭 사외이사가 6년의 임기를 마치기 때문에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해 후보로 추대했다.

      회사측은 “김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조달청, 감사원을 거친 경제 관료 출신으로 예산·기금·회계 분야 전반에 대한 이론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후보의 전문성과 경험이 주주 및 ESG 관계자들의 수준 높은 요구를 이해하고, 이를 회사의 경영 판단에 반영해 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2월 지난해 9월 퇴임한 특임공관장 출신 인사를 비상근고문으로 영입했다. 특임공관장은 직업외교관 출신이 아닌, 대통령이 임명하는 재외공관장이다. 직업외교관으로서 특명전권대사에 오르기 위해선 25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임공관장은 정무적 감각을 갖춘 각계 전문가 집단에서 발탁된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그룹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지난해 최윤호 삼성SDI 사장을 초대 실장으로 임명된 경영진단실을 신설해 그룹 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은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제한'을 통보해 영입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감사원 부감사관 출신 인사를 법무팀(변호사)에, 삼성물산은 지난해 11~12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고문)와 검사 출신 인사(상무)를 각각 영입한 바 있다.

      사실 삼성그룹의 정부 주요 요직을 거친 관료 출신 인사를 모시는 모습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한 이후부터 지속돼 왔다. 특히 지난해엔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진이 임기만료 기간이 겹치며 사외이사의 대거 교체가 이뤄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삼성물산은 김경수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삼성중공업은 이원재 전 국토교통부차관과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 ▲삼성SDS는 이인실 전 통계청 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