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마제스티 등 대형 딜 수주 적극 나서
부동산 방식 수수료 구조에 시장 내 의견 엇갈려
영업·심사팀 통합 운영에 협조융자 견제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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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이 종합금융본부를 신설하고 인수금융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BNK투자증권 출신 김미정 전무를 필두로 이규열 전 하나증권 투자금융본부장,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 등을 잇달아 영입하며 인수금융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높은 수수료와 영업 연계 심사 등 부동산금융식 접근을 인수금융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두고 시장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종합금융본부를 신설하고 PE팀과 인수금융팀을 구성했다. 본부장에는 김미정 전무가 선임됐다. 김 전무는 미래에셋증권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뒤 BNK투자증권을 거쳐 메리츠증권에 합류했다.
이달 들어서는 하나증권 투자금융본부장 출신인 이규열 상무도 종합금융본부 팀장급으로 합류했다. PE팀장에는 미래에셋증권과 BNK증권에서 PE부서장을 지낸 우영기 상무가, 인수금융팀장에는 김형조 상무가 각각 배치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종합금융본부 사람을 계속 뽑는 중이며, 시장에서 잘한다는 IB 실무자급을 대거 영입 중"이라며 "NH투자증권에서도 실무진이 합류했다"고 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의 합류다. 정 전 대표는 최근 옵티머스 사태 관련 징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해 금융권 취업 제한이 해제된 직후 메리츠증권 상임고문으로 선임됐다.
종합금융본부의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맡은 정 전 대표는 종합금융본부와 주식운용본부 등을 통해 대형 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억원 규모의 교보생명 경영권 인수금융과 1000억원 규모의 마제스티골프 리파이낸싱 등이 대표적이다. 본부 실무진들이 이들 딜 수주를 위해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교보생명의 경우 담보조건 등을 두고 협상이 결렬됐고 마제스티골프 건 역시 업황 부진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기업금융 순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60% 증가한 3794억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기업대출을 비롯한 대형 딜들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의 인수금융 확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복잡하다. 가장 큰 쟁점은 부동산금융 방식의 수수료 구조를 인수금융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메리츠증권은 법규 테두리 내에서 합리적인 수익 구조를 추구한다는 입장이나,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전통적인 인수금융 시장의 관행과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수금융과 부동산금융은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 부동산금융이 담보 가치 중심의 심사와 단기 고수익 추구가 가능한 반면, 인수금융은 기업의 현금흐름과 신용도 중심의 심사가 필요하며 장기적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주요 증권사들은 메리츠증권의 이 같은 행보가 기존 인수금융 시장의 질서를 흔들 수 있다며 견제하는 모습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모든 IB 거래를 부동산 텀(Term) 구조로 짜는 것"이라며 "프론트 피(선취 이자)를 높게 책정하고 성과급을 과다 설정하는 현행 방식은 인수금융에서 적정 이자율 관련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의 독특한 심사 구조도 주목받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인수금융 심사도 영업 부서처럼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심사팀이 영업을 겸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영업조직과 심사조직을 분리 운영하는 것이 관행이다.
계열사와의 협업 구조도 눈에 띈다. 한 증권사 인수금융 실무진은 "증권 딜 심사 과정에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 등 계열사 실무진이 참여해 투자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며 "이는 계열사의 투자 여력을 활용한다는 원 북(book)의 장점이 있으나, 일반 증권사와는 다른 영업 우호적 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메리츠증권의 독특한 영업 방식은 시장 내 협조융자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은 프론트피와 성과급 구조로 인해 여타 금융사들이 대주단 참여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금융사들이 메리츠증권의 참여로 인한 까다로운 대출 조건을 우려해 협조융자 구성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