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사상 최대 실적인데 '킥스' 비율은 왜 빠져요?…투자자들 '대혼란'
입력 2025.02.26 06:59
    취재노트
    연간 순이익 2조 클럽 보험사 나와
    보험사 성과금 잔치 벌이지만
    주가·건전성 지표는 하락 중
    투자자들 혼란 속 보험주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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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윤수민 기자)

      보험사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주가는 지지부진하고,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일반적인 재무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다보니 투자자들은 어떤 지표를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2조 클럽’에 가입했다.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1.2% 증가하면서 2조107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도 전년보다 순이익이 14% 증가하면서 손보사 중에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비단 두 회사 뿐 아니라 DB손보, 메리츠화재를 비롯한 손보사들과 신한라이프를 필두로한 생보사들도 사상최대 실적을 보였다. 

      이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반으로 ‘성과급 잔치’를 열었다. 메리츠화재는 전년에 비해 15% 늘어난 성과급을 책정했다. 연봉의 60% 수준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연봉의 34~38%, 삼성화재는 연봉의 50% 수준으로 역대급 성과급을 책정했다. 

      주주들도 함박 웃음을 보여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삼성생명은 사상최대 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화생명, 현대해상, DB손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현대해상 등 일부 보험사에 대해선 당분간 배당이 어렵다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내려 잡기도 했다. 

      삼성생명 실적 발표 후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었음에도 자사주 소각이나 밸류업 관련 시기나 방법에 대해 언급은 없었고, 3~4년 내 배당성향 50%만 반복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진한 주가 배경으론 악화하는 재무건전성이 거론된다. 삼성생명은 작년말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비율)이 180% 초중반 수준을 기록했다. 3분기말 193% 수준에서 180%대로 하락하면서 자본확충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비단 삼성생명뿐 아니라 생보, 손보 모두 킥스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들은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 영향이라는 설명이지만 금융당국의 목소리는 다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전과 영업 등에서 달라진 부분은 없다”라며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실적 부풀리기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 방안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보험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질적 성장에 따른 실적 증가가 아니라,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과도기 현상이란 설명이다. 

      2조 클럽을 내세우는 삼성생명, 화재 모두 보험손익 보다는 투자손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부분이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 채권운용을 주로 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선 금리가 떨어지면 평가익이 늘어나는 등 투자수익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반대로 금리가 유지되거나 올라가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업계에선 회계제도 변경으로 불건전한 영업관행 등이 성행하고 있는게 문제란 지적이다. IFRS17 하에선 사업비 회계처리 방식의 변경으로 인해서 회사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우량 보험가입자가 늘어나야 보험사 실적이 개선되는 것인데, 회계제도 변경으로 과도한 사업비 증가가 나타나는 등의 문제점이 보이고 있다”라며 “금감원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실적이 곧 주주환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실적이 좋아지면 당연하게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주주환원으로 이어진다는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보험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계리 전문가들은 새로운 보험회계 처리 방식에 따른 결과란 설명이다. 바뀐 회계제도 하에선 미래이익을 가정해 이를 상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인식한다. 하지만 보험상품의 특성상 판매시점에선 보험료가 들어오지만 결국 고객에게 보험금의 형태로 돌려줘야 한다.

      보험사들은 안정적으로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서 이에 필요한 자본을 축적해 놓아야 한다. 이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고객에게 자금을 돌려줄 수 있느냐를 살펴보는 지표가 킥스다. 즉 이익은 늘어나는데 킥스 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현재 발생하는 이익보다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 계리 전문가는 “사상최대 이익이 발생함에도 킥스 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현재 이익이 추후 손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라며 “이익규모가 작더라도 킥스 비율이 증가하는 이익이 질적으론 좋은 수익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 분식회계 논란이 일었던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처리 방식과 일정 부분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예정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서, 갑작스러운 대규모 손실을 낸 바 있다. 미래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회계처리를 했지만, 결국 원가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보험사의 회계처리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자칫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은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도 사상최대 실적인 보험사들에 배당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킥스비율 200% 이하에 대해선 배당규제를 통해서 보험사들이 우선적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도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선 자본확충에 나서야 할 정도이다 보니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주가로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배당도 없는 사상최대 실적은 투자자들에게 의미가 없다”라며 “상당수 보험사들이 올해 주주환원 계획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데, 결국 핵심지표는 킥스비율이고 이를 기반으로 보험사들 순위도 재평가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