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신성장 동력으로 키웠던 호텔 사업…자산 매각으로 정리
화학·건설 등 주력 사업 부진에 따른 자금 수혈 목적으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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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그룹이 보유 중이던 호텔 3곳을 일괄 매각하면서 호텔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에 따라 '글래드'라는 브랜드명은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DL그룹의 글래드호텔 매수 주체인 그래비티자산운용은 현재 기존 브랜드를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로 4성급 호텔 체인을 대상으로 물색 중이며, 메리어트ㆍ힐튼ㆍ하얏트ㆍ아코르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의 중이다. 이는 함께 투자를 논의 중인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제적인 브랜드를 선호하며, 향후 재매각 시에도 유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DL그룹은 이번 호텔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건설·화학 등 주력 계열사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룹의 주요 사업 축인 화학 부문은 최근 글로벌 설비 증설 경쟁과 수요 부진이라는 악재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DL케미칼은 지난 4분기 연결기준 5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약 3조원의 인수 자금을 투입한 자회사 크레이튼이 비수기 및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건설업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고 있어 자산 매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매각으로 DL그룹은 12년 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호텔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됐다. DL그룹은 2013년 주력 사업이던 건설업에서 호텔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글래드'라는 자체 호텔 브랜드를 개발했다. 이후 2014년부터 글래드여의도, 글래드라이브강남, 글래드코엑스 등을 잇달아 오픈하며 호텔 사업을 확장해왔다.
당시 브랜드 상표권을 현 지주사 이해욱 회장과 당시 10대였던 장남 이동훈이 소유한 계열사 에이플러스디가 보유했다는 점은 그룹이 호텔 사업에 기대를 걸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DL그룹은 2019년부터 호텔 사업 정리 의사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DL그룹이 총수일가 회사인 에이플러스디에 부당하게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고 판단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호텔 산업의 취약성이 더욱 부각되기도 했다.
이에 DL그룹은 2021년까지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을지로, 항공우주호텔, 글래드라이브강남의 영업권과 건물을 차례로 매각하며 호텔 사업 축소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글래드호텔 3개사를 패키지로 시장에 내놓으며 호텔 사업 완전 정리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호텔 매각으로 그룹에 유입될 자금은 약 6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글래드마포가 아직 남아있지만, 이는 DL그룹의 소유가 아닌, 계열사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운영만 담당하고 있는 상태다. 이 운영권 역시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거래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라며 최종 계약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DL그룹이 자금 사정상 매각 가격을 추가로 올려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DL그룹은 이번 호텔 패키지 매각 과정에서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장기간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 인상을 요구해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국내 호텔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글래드호텔 역시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춰 외국 브랜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글래드라는 브랜드는 이제 정리 수순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