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품 떠난 인스파이어, 베인캐피탈이 경영하면 반등할까
입력 2025.02.25 07:00
    미국 인디언 부족 운영하던 인스파이어
    대출약정 위반에 베인캐피탈로 넘어가
    공연 증가에 한한령 해제 기대 크지만
    기존 대주주와 갈등, 전략 유지 등 변수
    정부도 경영권 변동 영향 예의주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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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모히건(Mohegan)은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 주에 기반을 둔 인디언 원주민 부족이다. 1994년 미국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았고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에 카지노를 지을 권리도 확보했다. 1996년 모히건 선(Mohegan Sun)을 시작으로 카지노·리조트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인구는 수천명에 불과하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인디언 부족으로 꼽힌다.

      모히건은 한국에도 진출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복합리조트 개발 공모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8년간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끝에 작년 3월 인천 영종도에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개장했다. 정부는 19년 만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를 내주며 지지를 보냈다.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 초대형 LED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 등이 주목을 받았다.

      화제성과 달리 인스파이어의 실적은 부진했다. 직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영업수익 2190억원을 올렸지만 156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공연 유치에 집중하며 외국인 카지노 고객을 많이 유치하지 못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파라다이스, 롯데관광개발 등 동종 카지노 기업들이 호실적을 거둔 것과 대비됐다.

      최근 모히건은 인스파이어의 경영권도 놓게 됐다. 모히건은 2021년 11월 한국 자회사(MGE Korea Limited) 지분을 담보로 베인캐피탈로부터 사업비 2억7500만달러(약 4000억원)를 조달했다. 해당 대출의 만기는 2027년 5월까지인데 최근 일부 재무약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베인캐피탈이 이를 근거로 MGE Korea 지분 인수 권리를 행사했고, 그 자회사 인스파이어 경영권도 갖게 됐다.

      모히간은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일부 약정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원리금을 제때 지급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장 선례에 맞춰 계약 조건을 바꾸자는 제안을 했지만 베인캐피탈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항변에도 불구 인스파이어 경영권은 베인캐피탈로 넘어갔다.

      인스파이어의 초반 성적표를 감안하면 대출 관련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예측할 만했다. 모히건 역시 이미 기존 대출을 차환하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효는 없었다. 모히건은 4년 임기의 선출 위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Tribal Council)에서 행정, 입법, 사업 관리 등을 총괄한다. 이 조직의 구성이 바뀔 시기와 맞물리면서 의사 결정 공백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모히건은 우리나라의 농협과 비슷하게 부족원들의 자금을 받아 굴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한다"며 "부족 선거가 진행되면서 의사를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결국 인스파이어의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인캐피탈이 한국에서 인스파이어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베인캐피탈은 크레딧펀드를 활용해 인스파이어에 투자했다. 경영권인수(Buyout) 전략을 펴는 곳이 아닌데 급작스레 인스파이어를 떠안게 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매각이냐 경영이냐를 두고 고민한 끝에 당장은 매각은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호텔·리조트, 카지노·게임 등 기업에 투자한 경험을 살릴 것으로 보인다.

      베인캐피탈은 호텔·아레나·카지노 등 주요 사업 기반은 갖춰졌다는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아레나에선 '제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K팝 아티스트와 처음 내한하는 J팝 아티스트 '요네즈 켄시' 등 주목도 높은 공연들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한한령이 풀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큰손 중국인 고객들이 유입되면 카지노 사업 실적도 개선될 수 있다.

      인스파이어의 경영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점쳐지지만 불안 요소도 있다.

      인스파이어의 경영진은 당분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존 모히건의 전략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모히건은 2046년까지 6조원을 투입해 인스파이어를 동북아 최대 복합리조트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투자회수가 중요한 사모펀드(PEF)가 이를 고수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모히건은 성명을 통해 베인캐피탈의 인스파이어 경영권 인수가 직원과 고객, 채권자 등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정부는 인스파이어의 각종 인허가에 협조했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개장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런 사업장의 주인이 전략적 투자자(SI)에서 PEF로 바뀐 형국이다. 정부는 인스파이어에 '관광 거점' '한류 문화 플랫폼' 역할을 기대했다. 베인캐피탈이 이와 다른 노선을 간다면 정부로부터 견제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인허가는 한국법인인 인스파이어에 내줬고, 인스파이어가 아닌 그 모회사의 주인이 바뀐 거라 당장 영업 자체는 관광진흥법상 위반 사항이 없다"면서도 "다만 경영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모회사의 주주가 바뀌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계속해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