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략 짜기 애먹는 대기업들…자문업계 "일감 걱정 장기화" 한목소리
입력 2025.02.25 07:00
    환율 문제도 머리 아픈데 대내외 이슈 산적
    트럼프 '폭탄' 정책에 생존 계획 짜기 어려워
    끝나도 끝 아닌 탄핵 정국에 갈등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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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투자은행(IB)을 필두로 한 자문업계에서 올해 일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작년에 이어 연초에도 대기업이 쉽사리 투자 결정을 못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불확실한 변수가 너무 많아 아직 1분기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연간 실적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자문시장의 공백도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A 외국계 IB 임원

      "단순히 환율 문제만 고려해도 방향을 잡기 어렵다. 고환율 기조가 길어지고 있지만, 추후 환율이 내려간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이 섣불리 해외에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내 B증권사 임원

      대외 이슈도 무겁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투자자 입장에서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기업들의 결정이 늦어지는 사이 작년부터 어려움을 겪던 산업군은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관세 정책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비상에 걸렸다" -국내 C증권사 관계자

      정유·석유화학·철강사들이 뛰어들었던 이차전지 산업은 고사 위기다. 전기차 판매량은 줄고 각국의 지원 정책은 줄어든 영향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의 윤곽이 잡히기 전에는 이차전지사의 향후 실적마저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하는 만큼 한국 수출의 핵심 역할을 한 산업군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진출을 검토했던 철강사는 현지 투자의 실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는 정책이 변화무쌍한 데다 국제 질서를 뒤흔들 만큼 수위가 세다 보니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데 부담스러워한다. 기업들이 미래를 고민하기에는 현 상황 판단을 하기 힘들다" -국내 D증권사 관계자

      IB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자문사에 조언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국내 기업이 해외 매물에 투자하기에는 고환율 이슈로 부담이 크며,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은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기대하고 있어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 일부 그룹의 경우 지주사와 계열사끼리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구조조정 진전이 크게 없는 상황이다" -E 외국계 IB 임원

      국내 정치 불안 문제는 여전하다. 탄핵 정국이 어떻게 수습되더라도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투자하기 불안한 나라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해외투자자의 국내 이탈은 계엄 여파가 크다. 최근 탄핵 찬반 여론의 격차가 계엄 직후보다 줄어든 걸 감안하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클 테니 정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F 시중은행 관계자

      올해 M&A 시장은 역시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주도할 거란 추측들이 나온다. 대기업들은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며, 미소진 자금(드라이파우더)이 많은 대형 PE는 매물을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 인수금융 시장은 PE에 의존해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래가 쉽사리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사고 싶어 하는 PE는 많은데 아직 적정 가격의 좋은 매물이 없어서 고민이다" -G 국내 PE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