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는 24.5만, EQT·IMM은 30만 이상…FI 갈라치기(?) 속도 내는 교보생명
입력 2025.02.24 07:00
    어피너티·GIC는 원금 vs. EQT·IMM은 주당 30만원 이상
    투자구조 따라 상황 달라져…국민연금·중순위 대출 변수
    자산 한정적인 신창재 회장, FI간 입장차 노려 각개 전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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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10년 이상 고락을 함께했던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들이 각자도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원금에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EQT파트너스와 IMM PE는 3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투자 구조에 따라 FI별 회수 마지노선이 다르다는 점을 파고 들어 각개 전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M&A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와 GIC는 교보생명 보유 지분을 투자 원금(액면분할전 주당 24만5000원) 수준에 신창재 회장에게 매각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2차 중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밟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달 들어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의 다른 구성원인 EQT파트너스, IMM PE는 원금 회수에 고개를 젓고 있다.계약상 풋옵션 행사가격은 시장공정가치(FMV)와 투자 원금 중 높은 쪽이다. 확률을 떠나 원금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절차를 포기할 수 없다. 풋옵션 가격 결정까지 수개월이 더 걸리는 만큼 두 곳만 먼저 발을 빼는 구도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컨소시엄 구성원들의 투자 구조가 제각각인 데서 기인한다.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에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초반에는 함께 파이낸싱 구조를 고민하는 등 보폭을 맞췄지만 점차 각각 투자 구조를 바꿔갔다. 생명보험 업황이 악화하고 회수가 어려워진 뒤엔 각자도생 경향이 더 강해졌다.

      어피너티는 투자 후 수차례 리파이낸싱을 진행했지만 차입금은 처음과 비슷하게 유지해 왔다. 인수금융 규모는 2550억원(한도대출 포함)으로 투자 원금(4545억원)의 56% 수준이다. 담보 여유가 있다 보니 대주단의 압박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민병철 대표 체제에서 포트폴리오 정상화 속도를 내고 있다.

      GIC는 차입금을 활용하지 않고 자기 자금(2260억원)으로 교보생명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성과가 만족스럽진 않지만 원금 회수라는 최소한의 명분이 있을 때 발을 빼려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출자자(LP)로서 어피너티에도 같은 뜻을 전하는 양상이다.

      이에 앞서 신창재 회장은 어펄마캐피탈 보유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신 회장은 주당 19만8000원을 강조해왔는데, 어펄마와 거래함으로써 이를 공인했다. 신 회장과 꾸준히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있던 어펄마는 투자 원금(18만5000원) 이상으로 회수하는 반사 이익을 봤다. 어피너티 입장에서도 일찍 움직이는 편이 회수 확실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두 곳은 적극적으로 금융기법을 활용했던 것이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IMM PE는 교보생명에 2624억원을 투자하면서 절반 가량을 대출금으로 조달했다. 2016년 자본재구조화(리캡)를 통해 400억원을 조기 회수했다. 이후엔 회수가 늦어지면서 만기만 수차례 늦춰왔다. 현재 인수금융 잔액은 2000억원에 달하는데 다른 LP들의 수익도 고려해야 한다.

      IMM PE의 교보생명 투자엔 국민연금도 공동투자펀드(500억원)를 꾸려 참여했다. 국민연금이 낀 거래라 절차적 근거 없이 수의계약으로 원금 조건을 받을 수는 없다. 자금도 적절히 돌려줘야 하니 풋옵션 행사 이후 지연 이자도 고려해야 한다. 본전을 찾으려면 30만원은 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IMM PE와 같은 금액을 투자한 EQT파트너스는 더 공격적으로 차입금을 활용했다. 2013년 차입금 1630억원을 조달했고, 2년 뒤 리캡을 통해 300억원 이상을 회수했다. 2018년엔 7%대 금리의 중순위 자금까지 조달하며 추가로 400억원 이상을 뺐다. 작년 11월 263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차환했는데 이는 투자 원금과 맞먹는다. IMM PE보다 회수 단가가 높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작년까지만 해도 인수금융 만기 연장 실패시 신창재 회장 대항 연합이 흐트러지는 것을 경계했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합체라도 강력하게 묶인 계약이 없어 자사의 이익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서로 동반매각참여권(Tag along)을 갖고 있지만 EQT파트너스와 IMM PE는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GIC는 차입금이 없고, 어피너티는 상대적으로 금융 상환 부담이 가볍지만 IMM PE와 EQT파트너스는 돈을 돌려줘야 할 곳이 많다"며 "신창재 회장이 이런 차이를 노려 갈라치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창재 회장이 가용 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교보생명 지분율 33.78%)은 어펄마 지분(5.33%)을 사오면서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2000억원을 조달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상 담보의 절반가량을 빌릴 수 있다고 본다면, 신 회장 쪽에서 어펄마 지분 포함 10% 정도를 담보로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피너티(9.05%)와 GIC(4.5%) 지분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인수한다면 신 회장의 가용 자산은 더 줄어든다. 나중에 움직여야 하는 FI의 회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