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유통량 더 줄어 주가 변동성 확대될 것' 우려
"공모가 산정 관행 개선 등 근본 해결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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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개인투자자들 수익률 극대화 시켜준다고 상장일 주가 한도를 공모가 대비 400%까지 높여준 건 금융당국입니다. '따상' 문화가 없어지긴커녕 '따따블'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공모주 시장의 한탕주의가 더 만연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이제 공모주 주가가 좋지 않으니 기관들은 보호예수(락업) 걸고 매각하지 말라고요? 락업 의무화로 유통물량이 잠기면 공모주 급등락은 더 심해질 겁니다." (한 중소형 증권사 운용역)
의무보유 확약(락업) 확대에 초점을 맞춘 IPO 제도 개편안을 두고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한 불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상장일 주가 변동성을 키운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둔 채 기관투자자들의 락업만 확대하면 오히려 주가 급등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달 21일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기관투자자의 락업 확대다. 현재 평균 20% 수준의 락업 비중을 2026년 40%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기관투자자를 '장기투자자'로 변모시켜 상장일 당일 주가 급락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 확약한 기관투자자에 공모주를 우선배정하고, 확약물량이 40%에 미달하면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를 취득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정책펀드인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서는 15일 이상의 최소 락업을 건 물량에 대해서만 5~25% 별도 배정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계획늘 내왔다.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 코스닥 공모물량의 25%를, 하이일드 펀드는 코스피 공모물량의 5%와 코스닥 공모물량의 10%를 별도로 배정 받아왔다. 사실상 별도 배정 혜택을 받으려면 락업을 걸어야 한다는 평가다.
이번 IPO 제도 개편안을 두고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락업을 확대하면 상장 당일 주가 변동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락업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락업이 끝나는 시점에도 주가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최근 상장 당일에 유통 물량이 적은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정책펀드로도 확약을 묶고, 다른 기관도 확약으로 묶으면 상장 당일 유통되는 주식은 극소수라, 소수 거래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에선 락업 강제가 오히려 정책펀드의 미확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많은 물량을 받은 뒤 15일 보유 후 손실을 내느니, 적은 물량으로 당일 매도해 수익을 확보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정책펀드 운용역은 "결국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이 핵심인데, 주가가 빠지는데 많이 배정받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라며 "작년 10월 이후부터 공모주 시장이 망가졌다고 판단해 신중하게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책펀드 락업이 사실상 의무화된다면 그냥 락업을 안 거는 방향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상장일 주가 급락의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락업 확대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근본적인 원인은 금감원이 변동폭을 늘려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2023년 6월 상장일 가격 변동폭을 63~260%→60~400%로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주가 상승폭을 확대해 단기차익을 노린 가격 왜곡을 막겠다는 발상이었다. 문제는 대책이 실제로 가격 변동성을 더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가격발견 기능 강화가 취지였지만, 실제론 시장 과열을 부추겼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결국은 '공모가 발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선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적어내는 현재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모가 상단 초과율 제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락업을 강제하는 건 핵심 해결 방안이 아니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한 주관사들의 욕심과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한 운용사들의 욕심으로 인해 공모가가 높이 확정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이를 위해선 희망 공모가의 특정 비율 이상을 제한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