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황에 본업서 힘빼는 DL그룹…SMR이 대안될 수 있을까
입력 2025.02.21 07:00
    미래 먹거리로 SMR 확대해
    SMR 수익성 확보가 관건
    건설은 하이엔드 '아크로' 집중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DL그룹은 주요 사업 무게추를 기존 '캐시카우'였던 건설에서 플랜트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DL이앤씨는 10대 건설사 중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시장 평가를 받는 곳이지만,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타개책을 찾는다는 분석이다.

      건설 부문은 사업구조를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면적에서 더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에 집중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작년 8월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이후 서울에 7년 만에 아크로를 공급했다. DL이앤씨는 지난 1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 분양을 진행했다. 올해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 서울 동작구 대방동 '아크로 리버스카이' 등을 분양한다.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e편한세상'은 비중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 조직 개편 당시 마창민 전 대표를 포함해 임원 18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는데 이중 6명이 주택 부문 소속이었다. 아울러 DL이앤씨는 최근 PF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말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와 DL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작년보다 39.2% 늘어난 13조2000억원으로 잡았다. 다만, 2023년보다는 11.3% 낮은 수치다. 작년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DL그룹의 건설사는 올해 시장을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DL그룹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돈이 안 되는 e편한세상 브랜드는 없애고, 아크로만 집중하려는 분위기"라며 "주요 건설사들은 양극화가 커지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DL이앤씨는 "e편한세상 브랜드를 접지 않는다"며 "e편한세상과 아크로 모두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 전했다.

      DL이앤씨는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사업에 힘을 더 쓸 전망이다. 지난 2022년 SMR 사업에 진출한 DL이앤씨는 SMR을 신성장동력으로 점 찍었다. 업계에서는 DL이앤씨가 두산에너빌리티를 벤치마킹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DL이앤씨는 작년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 한전KPS와 3사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등 국가에서 현지 업체와 MOU를 체결했다. 추후 미국 공공전력 기업인 에너지노스웨스트가 추진하는 SMR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인사 이동에서도 DL그룹의 이러한 전략이 드러난다는 평가다. 한만유 경영기획부장은 작년 말 DL이앤씨 플랜트본부 임원으로 이동했고, DL건설은 플랜트 관련 TF팀을 신설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DL그룹의 글래드호텔 및 DL에너지 사업부문 매각 자금이 SMR 사업에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SMR 사업 관련 수익성을 빠르게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며 "이해욱 회장은 '가업'인 주택 사업을 이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SMR을 확대하는 건 맞지만, 각 매각 자금이 어떻게 쓰일지는 알 수 없다"며 "특히 글래드호텔은 DL그룹 자산이라 DL이앤씨로 자금이 흘러온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