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EB·영구채 등 전방위 조달 검토…정국불안 속 공매도 재개 여부 촉각
입력 2025.02.21 07:00
    연초 회사채 흥행에 투자 조절에도 유동성 확보 쉴틈 없어
    7월 1.3조 EB 풋옵션 기일 도래…추가 EB·영구채 조달 부상
    LG엔솔 지분 활용한 저금리 조달 카드로 EB 매력도 높지만
    공매도 재개 없인 투심 확보 곤란…당국 행보에 불신만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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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화학이 신용등급 불안 속 추가 조달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기초화학 자산 유동화 작업이 길어지는 가운데 2년 전 발행했던 교환사채(E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기일도 가까워지고 있다. 부담을 최소화하려 자산 매각 외 추가로 EB나 영구채를 발행하는 방안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시장이 어수선한 때 공매도가 재개될 수 있을지, 금융사들이 영구채를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투자업게에선 LG화학의 추가 조달 방안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6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고 예정된 투자 계획을 줄이며 자본 효율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계속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하는 탓이다. 조만간 작년도 회기 결산을 마치면 신용평가 업계의 정기 평가가 예고된다. 등급 불안을 잠재우려면 마땅한 카드를 마련해둬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오는 7월에는 2년 전 발행한 EB의 풋옵션 기일이 돌아온다. 당시 LG화학은 배터리 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담보로 20억달러(원화 약 2조6000억원) 규모 EB를 발행했다. 이중 절반인 약 1조3000억원 규모 5년물 트렌치는 7월 18일부터 사채권자의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19일 LG엔솔 주가는 36만6500원으로 해당 EB의 교환가액 68만7500원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LG화학이 추가로 EB나 영구채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효과를 빼고 나면 석유화학사들이 계속해서 회사채 발행을 이어가기도 어렵고, 에스테틱 사업 등 비주력 자산 매각만으로는 필요한 유동성을 적기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이자비용을 낮추거나 부채비율을 적정선에서 관리하면서 조달하자면 EB나 영구채 같은 카드만 남게 된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EB 발행이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자회사 LG엔솔 지분을 81% 이상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배력 희석이나 오버행 걱정 없이 저금리로 조 단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까닭이다. 2년 전 달러화 기반 EB를 발행했을 때도 표면·만기이자율은 각각 1.25%, 1.60%에 불과했다. 

      영구채는 비교적 난도가 높을 거란 평이다. 작년부터 비금융 제조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영구채 발행에 나섰지만 금융권에선 갈수록 부담을 표하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산업에 대해선 발행사가 2~3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을 달아도 행사 여부를 확신하지 못할 것이란 걱정이 상당하다. 올해는 자본 적정성을 새로 맞춰야 하는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도 무더기로 대기 중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사들에 대해선 일반 회사채도 3년물 위로는 투심을 장담하기 힘든데, 영구채는 웬만큼 이자율을 높여주지 않는 이상 재매각(셀다운)이 어려울 것"라며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 영구채를 발행하는 이점도 희석된다. 이미 작년 떠안아야 했던 물량만으로도 주관사들의 여력이 턱 끝까지 찼다는 분위기가 짙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풋옵션 기일을 앞둔 EB를 차환하는 용도라면 상반기 중에만 추가 EB 발행에 나서도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메자닌 대기수요를 모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란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내달 약속대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B 특성상 공매도 없이는 낮은 금리에 투자자를 모집하기 어려운 탓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교환 대상 주식 가격의 변동성이 받쳐줘야 EB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데, 공매도가 막혀 있으면 정확한 가격 확인이 불가하다. 결국 EB 발행에 필요한 투자 수요를 채울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실제로 2023년 하반기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해버리면서 EB를 통한 조달 창구가 지금까지 막혀 있다. 공매도 없이는 싼 금리에 EB를 발행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대규모 공매도 거래법인에 등록번호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의 막바지 작업으로 이변이 없다면 3월 31일에는 공매도 재개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작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이 심상치 않고 기관 공매도에 부정적인 개인투자자 자금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탄핵정국이 조기 대통령 선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예정대로 공매도 금지를 해제할 수 있을지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이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금융권에서도 정국이 불안하니 일을 안 하는 상태로 파악 중이다"라며 "당초 공매도를 금지한 것부터가 실제 필요성보다는 선거용이라는 시각이 파다했다. 원래도 당국 조치에 신뢰가 바닥이었는데 지금 같은 정국에서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