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옥죄는 RWA…'지주 눈치'에 계열사도 투자 위축
입력 2025.02.20 07:00
    주요 금융지주, RWA 관리 위해 계열사별 목표치·페널티 도입
    RWA 관리 '사활' 거는 까닭은?…주주환원 약속 후퇴시 즉각 주가↓
    CET1 비율 감소 가능성에 은행 IB·증권사 등 투자 위축 전망
    카드사는 카드론 관리에 분주하고…NPL 투자사도 보수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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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주환원 확대가 은행계 금융지주들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고착화된 원·달러 환율로 RWA 관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올해는 은행계 지주 계열사들의 투자 여력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운용이 사업의 근간인 금융 계열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는 지난해부터 RWA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계열사별로 RWA 목표치를 부여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강도 높은 관리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는 주2회 그룹 임원이 주관하는 회의를 열어 RWA 관리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통상 본점 차원에서 이뤄지는 RWA 관리를 영업점까지 확대했다.

      금융지주들이 RWA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주주환원이 경영 최우선순위로 부상한 데 있다. 지난해 금융지주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각광받았는데, RWA가 증가하면 핵심자본인 보통주자기자본(CET1) 비율이 낮아져 주가 상승 모멘텀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이에 따라 주주 배당 규모가 결정된다. 각 사는 CET1 비율이 13%를 넘을 경우 주주환원 여력이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CET1 비율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작년 평균 CET1 비율은 12.84%로 전년 동기(12.97%) 대비 0.13%포인트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외화 대출 원화 환산액이 증가한 영향이다. 당분간 큰 폭의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각 금융지주들은 올해 투자와 대출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RWA 관리 강화의 직격탄을 맞은 건 은행 투자금융(IB) 부문이다. 은행들은 통상 RWA 관리를 위해 대출 기준 강화와 함께 가장 먼저 펀드 출자를 줄인다. 펀드 출자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40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미 약정된 캐피탈콜(추가 출자)까지 고려하면 신규 투자는 사실상 중단에 가까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은행들은 위험가중치 부담이 적은 인수금융 위주로 영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 같은 RWA 관리 강화 기조는 계열사들의 사업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 비중이 적지 않은 증권사와 카드사, NPL(부실채권) 매입 전문사 등은 영업 활동이 제약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증권사들이 뚜렷한 수익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을 넘어 자기자본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면서 RWA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RWA 관리 기조는 기존 투자 전략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금융을 주선하면서 직접 투자를 검토했으나, RWA 관리를 위해 전량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엔무브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건에서도 주선사들이 직접 투자에 나섰으나, 향후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선 수수료와 함께 이자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었던 기존의 투자 전략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수익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 하락 속 대어로 꼽혔던 LG CNS의 기업공개(IPO)마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뒀다. 전통적 투자은행(IB) 업무인 주식발행의 위축, 당국의 부동산PF 채무보증 봉쇄 기조까지 겹치며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에는 해외주식 거래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호조를 보였으나, 올해는 국제 정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가 부담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산관리(WM) 사업의 성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드사 역시 RWA 관리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화하면서 호실적을 거뒀지만, 올해 본격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부터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이 0.05~0.1%포인트 인하하면서, 새 먹거리를 찾아나서는 게 불가피해졌다.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무엇보다 '카드론'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카드론은 불경기에 1금융권 대출이 여의치 않은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역할해왔는데, 카드론이 늘면 자연스럽게 연체율 리스크가 커지는 까닭이다. 한 시중은행은 RWA 관리 차원에서 지주에서 카드론 관리 지시가 내려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동차금융 등 상대적으로 건전성 우려가 적은 쪽으로 눈을 돌리지만, 이 역시 경쟁이 녹록치 않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자동차금융은 캐피탈사의 영역인데, 최근 인터넷은행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통상 자동차금융은 담보물 회수를 통한 상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카드론이나 신용거래보다 건정성 우려가 낮다는 평가다.

      NPL 투자사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올해 은행권의 NPL 매각 규모는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금융지주 계열 NPL 투자사들의 매입 여력은 오히려 위축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공격적으로 NPL을 매입했던 하나F&I와 우리금융F&I는 하반기 들어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소속 금융지주사의 재무건전성 관리 기조에 맞춰 매입을 크게 줄이는 등, 보수적 행보로 전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RWA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한 상황"이라며 "과거 약속한 배당정책에서 후퇴할 경우 주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지주사들도 이를 의식해 RWA 관리 등을 통한 주주환원 여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