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72% 임기 만료…작년 '소폭' 변화 그친 이사회, 올해는?
입력 2025.02.20 07:00
    금융당국, 지난해 '모범관행' 이행 평가하면서
    여전히 '학계 편중' 등 전문성 떨어진다 지적
    구인난에 소폭 교체 그친 지난해…올해는 다를까
    '이사회 패싱' 우리금융, 사외이사 대폭 교체할 듯
    은행권 사고 이어지며 내부통제 전문가 구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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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수민 기자)

      올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 72%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사외이사를 찾는 금융지주들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사외이사 '물갈이' 전망에도 소폭 교체에 그친 만큼 올해는 내부통제 관련 전문가 등 '다양성'을 중심으로 사외이사 교체 폭이 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신한·KB금융·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39명 중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28명으로, 전체의 71.8%에 달한다. 잔여 임기를 모두 채워 물러나는 사외이사는 5명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보통 초임 임기 2년 이후 1년마다 연임이 가능하다. 사외이사들의 최대 임기는 6년으로, KB금융만 예외적으로 5년을 적용하고 있다.  

      신한금융에서는 사외이사 9명 중 7명(윤재원·진현덕·곽수근·배훈·이용국·최재붕·김조설)의 임기가 만료된다. KB금융은 권선주 의장을 비롯해 오규택 사외이사가 최대 재직기간인 5년을 꽉 채워 연임이 불가능하다. 이밖에 조화준·여정성·최재홍·김성용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하나금융은 이정원 의장을 비롯해 박동문·이강원·원숙연·이준서 등 사외이사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정원 의장은 재임 기간 6년을 채워 교체될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5명(이종백·서은숙·하경자·이윤석·이종화)의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금융도 사외이사 7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정찬형 사외이사는 임기 6년을 모두 채워 물러난다. 이밖에 윤인섭·윤수영·신요환·지성배 사외이사의 임기가 올해 주주총회까지다.

      지난해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이 전년 연말에 발표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참고해 이사회 다양성 등을 확대하고 제도 정비에 나서야 했다. 이에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연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발표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상황 및 향후 계획' 자료에서 2024년 주총 기준 은행권 사외이사가 학계로 편중돼 있고, 전문분야 및 성별에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조치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점검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금융지주 이사회는 여성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며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을 확대하는 등 '소폭' 변화하는 데 그쳤다. 반면 올해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임기 만료 사외이사들을 교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사모펀드가 추천한 이용국·최재붕 사외이사가 연임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사외이사를 추천한 사모펀드(각각 어피너티·EQT파트너스)들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잃었지만, 지주 이사회에서 이들 후보를 재추천하면서 연임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사모펀드 추천권과 관계없이 각 후보들의 전문성 및 성과를 고려해 지주 이사회에서 재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사외이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사외이사들을 교체하지 않은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올해 주총에서도 해당 사외이사들의 연임이 이뤄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반면 우리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사외이사 7명 중 5명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 앞서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 의사결정에서 이사회 절차를 경시했다는 내용의 금감원 지적도 받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3일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보험사 M&A 안건과 관련해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가 20분 간격으로 열려 리스크관리위원회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계약금 몰취 조항도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결정하는 변수 중 하나는 금감원이 발표할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이다. 앞서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개선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우리금융이 사외이사 교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달 중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발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최대 5명의 후임자를 구해야 한다. 이들 중에는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후보들도 포함돼 있다. 푸본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진PE등이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

      반면 IMM PE가 추천했던 지성배 사외이사의 자리는 공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IMM PE가 우리금융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사외이사 추천권 상실에도 해당 후보가 연임한 신한금융과 달리 우리금융은 지 사외이사의 연임은 검토하고 있지 않단 입장이다.

      그러나 지 사외이사의 공석을 채우지 않을 경우 이사회 규모가 축소된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사외이사를 1명 늘리면서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 및 사외이사 7명 등 8명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신한(11명), KB(9명), 하나(12명) 등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 이사회 구성 인원이 가장 적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통해 국내 은행의 이사 수가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적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 1명의 소관 위원회가 늘어나면서 금융지주 이사회가 전문분야 확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점주주 이탈로 사외이사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이은주·박선영 후보를 사외이사로 추천해 신규 선임했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던 만큼 우리금융 이사회 측에서 내부통제 관련 전문가를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주요 금융지주들도 내부통제와 관련한 사외이사 구인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인물 찾기'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은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올해 3월 주총 전까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를 설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