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화재 자회사 편입 포석은 중간지주사? '이재용 2심 무죄' 영향 받았나
입력 2025.02.20 07:00
    삼성생명, 금융위에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 신청
    그간 가능성만 거론되었지만 전격적인 행보에 관심 집중
    회사 측은 밸류업에 따른 영향이라 일축하지만
    2017년 삼성생명 금융지주 추진했던 바 있어
    현실성 우려에도 불안정한 지배구조 숙제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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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을 전격 추진하며 그 배경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표면적으론 삼성화재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지분 구조의 변화 때문이라는 설명이 통용된다. 다만 단지 '삼성화재의 주가 방어'를 위해 자회사 편입이라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삼성화재에 대한 삼성생명 지배력 확장은 2017년 한 차례 추진된 바 있는 '삼성금융지주' 출범의 절차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는 삼성전자 지배구조 안정화의 방법 중 하나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삼성그룹 역시 생명에서 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 문제를 마냥 뒤로 미룰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에 대한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안건은 금융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사 기간은 보통 2개월 정도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4.98%를 보유하고 있다. 필요했다면 언제든 자회사 편입 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아왔다. 그러다 삼성화재 자사주 매입 소각 계획 공시와 함께 시장의 예상을 깨고 자회사 편입 신청에 나선 것이다. 

      회사 측의 설명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중심을 맞추고 있다. 삼성화재는 자사주 비중을 5%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인데, 해당 자사주 소각이 진행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율이 현재 14.98%에서 약 17.8%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다. 보험업법상 보험회사는 다른 보험사 주식을 15% 이상 소유할 경우 금융위 승인을 통해서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지분율 상승에 맞춰 화재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며 "삼성화재의 주주환원만을 위해 삼성생명이 그간 고수해온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생명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의사 결정이나 공시 등에서 이전보다 번거로운 제약이 생기고, 아무래도 모회사인 삼성생명의 ‘간섭’도 더욱 많아질 수 있다. 당장 삼성화재 역시 주주들에게 '독자적인 경영'이 이어질 것이라 강조하고 나섰다.

      이렇다보니 다른 해석도 제기된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율을 높여서 얻을 수 있는 이점 중 가장 도드라지는 게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 지배력 확보'라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지난 2016년 삼성카드 지분을 대량 취득하며 한 차례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던 바 있다. 이후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실제로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금융위원회와 검토했던 사실이 이재용 회장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참고기사 : 삼성그룹,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설립한다)

      현재 삼성그룹의 핵심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뤄져 있다.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라는 점이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금산금리 원칙으로 인해 생명과 화재의 전자 지분 규모도 합산 10%를 넘지 못하는 제한을 받고 있다.

      최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삼성생명법'을 재발의하며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법안은 '취득가액'으로 계산하고 있는 타 회사 주식의 평가 방식을 '시장가격'으로 수정하는 내용이다. 지난번 21대 국회 당시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과 동일하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이 같은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거론돼왔다.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갠 뒤, 사업회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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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입장에선 합법적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비은행지주회사 전환시 지분율 관련 규제의 유예기간을 최대 7년으로 부여한다. 이 시한동안 '삼성생명지주회사'가 '삼성화재' 지분을 30% 이상으로 늘리고, '삼성생명사업회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해 최대주주 자리에서만 내려오면 지배구조 개편은 끝난다.

      삼성생명지주회사는 유예기간 동안 삼성화재 지분 30%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보유한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추가 지분 취득이 편리해진다. 자회사 편입 후 삼성화재가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면 자연스레 지분율이 높아지며, 지주회사 전환 선언 후 그룹 계열 삼성화재 주주로부터 현물출자를 받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지주 출범 이후 화재 지분을 현물출자받고, 현물출자한 화재 주주들에게 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지급하면 현금을 거의 쓰지 않고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며 "이 과정에서 현 그룹 주주 및 우호주주들이 현물출자에 참여한다면 지급한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며 삼성생명지주회사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구조 재구성도 수월해진다. 현재 지분율 기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약 1억주(1.8%)를 삼성물산에 매각하면 최대주주가 삼성물산으로 바뀌며, 금융지주회사법상 규제('지배'하지 않을 것)을 벗어나게 된다. 금산분리법상 비금융회사에 대한 지분율 한도(10%)에도 여유가 생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약 6조원 가량으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7년의 여유기간이 부여된다면 균등분할거래를 통해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지난 2017년 금융위와의 지주회사 전환 협의 과정에서 유예기간 7년 부여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바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 시가로 약 36조원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지분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현금화하고, 이를 삼성전자 주식 매입에 활용해, 현금이 삼성생명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는 이해당사자가 모두 상장회사라는 점에서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 전환'이라는 명분이 거래의 정당성 부여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2016년 김상조 소장 시절의 경제개혁연대도 '금융지주 전환이 삼성전자 지분 강제매각 가능성 등 미래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던 바 있다"며 "삼성생명이 지분을 3.5% 이상 매각해 삼성전자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추면 금산법은 물론, '삼성생명법' 등 거의 대부분의 법률 위반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두고봐야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으로 이전보다 금융지주사 형태에 가까워졌긴 하지만,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위는 금융지주사 전환은 유배당 보험계약자를 비롯한 보험계약자 이익을 침해할 수 있고, 이재용 회장에 유리한 방식으로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만큼 다시 추진되더라도 금융위의 벽을 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단계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결국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해선 삼성물산이 금융지주를 지배하는 금산분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간금융지주회사법 국회 통과가 필요하지만, 국회의 벽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국민들이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변수다. 

      한 회계사는 “이전에도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 규제완화를 전제로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논의됐다”라며 “제도적 뒷받침 없이 빠르게 추진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자회사 편입이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 재판이 마무리가 안 된 상황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비록 2심에서 무죄가 나오긴 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있는 상황에 삼성 지배구조 문제가 또다시 세간의 관심이 되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는 견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에 따른 자회사 편입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시장에선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서 다시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며 “그런 점에서 삼성이 금산분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지 않으면 지배구조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