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어렵고 SOHO는 대손 부담...가계대출은 손발 묶여
RWA 관리 소홀했던 KB, '어닝 쇼크' 신한...주가 상승분 반납
"주주와 회사의 이해관계 일치시킬 별개의 체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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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주요 은행금융지주의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기대감이 컸던 곳일수록 낙폭도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자산 성장 정체가 본격화한데다 대출 부실화로 대손 부담 역시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가 하락을 경계하고 있는 주주들에게 속 시원한 부양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주요 금융지주 주가는 1월 말 단기 고점을 형성한 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연초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지난 5일 실적발표 이후 추가 급락하며 고점 대비 15% 가까이 하락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역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연초와 비슷한 수준의 주가로 돌아간 상황이다. 올들어 금융주 중 연기금 최선호주로 부상한 하나금융 역시 2월 이후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9%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주주들이 체감하는 주가 하락폭은 더욱 큰 상황이다. 2월 초까지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Outperform;시장수익률 상회)하던 이들 금융주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잇따라 추락했다. 이후 코스피는 무역분쟁 부담 속에서도 연기금의 매수세에 힘입어 2600선 탈환에 성공했지만, 이들 금융주는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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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금융지주의 호실적을 견인해왔던 이자수익 성장세를 이제는 더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관치(官治) 및 대출 제한 논란 속에서도 4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금 총액은 85조원 늘어났다. 은행 한 곳당 평균 21조원가량 대출자산이 성장한 셈이다. 그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성장세가 가장 가팔랐다. 신한은행은 전년대비 16.8%, 국민은행은 11.2% 주택담보대출을 늘렸다. 하나은행(8.2%)과 우리은행(7.7%)는 한 자릿 수대로 '관리'하긴 했지만, 전체 대출 성장률 대비 높은 건 마찬가지였다.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일반 가계대출은 이미 2년 전부터 정체 혹은 축소 추세였다. 때문에 이 메시지는 주택담보대출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시장에 받아들여졌다.
올해 국내 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1.6% 안팎으로 점쳐진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최근 소비침체 및 정국 불안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역분쟁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 관세 등 추가 이슈가 생길 경우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를 고려하면 주요 은행들은 올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치를 1% 내외로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간 성장률을 작년 대비 10분의 1로 줄여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4대 은행이 사활을 걸었던 대기업 대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4대 은행 모두 연말 기준 대기업 관련 원화대출금 규모가 3분기 말 대비 정체 혹은 역성장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저하를 대출 자산 성장으로 극복해 온 지난 2년간의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대손 부담이 생겼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올해 충당금 규모가 전년대비 하락하는 추세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4분기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인사업자(SOHO) 대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중 개인사업자 부문 연체율은 0.71%로 1년새 0.15%포인트 증가했다. 3년 전인 2022년 11월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3개월 이상 대출을 연체한 개인사업자는 15만여명으로 전년말 대비 1년 새 4만명, 35%나 증가했다. 지난해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총 1조3900억여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2월말 기준으로 대출 연체율이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4조원이 넘는 연체대출을 상각해 장부에서 지웠기 때문"이라며 "대규모 자금 유치가 가능하고 4년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금고의 경우에도 올해 굵직한 건은 6조원 규모의 대전광역시 정도라 영업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수익 추구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맞추려는 '전략적 사고' 역시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KB금융 실적발표 이후 주가 하락폭이 유달리 컸던 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폭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던 까닭이다. 지난해 4분기 한 분기 동안에만 RWA 상승률이 2.9%에 달하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33bp(0.33%포인트) 줄었고, 이로 인해 올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5200억원으로 예상치 1조원의 절반에 그쳤다.
신한금융은 반대의 경우였다. 원달러환율로만 22bp의 하락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 CET1 비율 13%를 지켜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 상반기에만 KB금융보다 많은 6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적이 아쉬웠다는 평가다.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이 4700억여원에 그치며 시장 컨센서스(예상평균치)를 29%나 하회했다. 이는 실적 발표(6일)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도드라지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보다 근본적인 주가부양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제시한 ▲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주주상환 재원으로 활용하고 ▲총주주환원율 40%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은 이미 현 주가에 반영돼있는만큼, 주주와 회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별개의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11일 KB금융 임원 및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자사주 매입 같은 이벤트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회성이라는 시선을 벗을 수 있도록 꾸준히 매입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성과 연계형 주식 보상을 전면 도입한 한화그룹처럼 최고경영진이 주가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