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시작으로 삼성·SK·LG까지…발등 불 떨어진 한국 AI 전략
입력 2025.02.19 07:10|수정 2025.02.19 07:23
    韓 AI 역량 회의감 가득한 때 中 딥시크로 2막 열린 상황
    네이버·카카오 상반된 노선…위기감 속 태세전환 본격화
    당장 우열 가리기 어렵지만…올해부터 검증 이어질 전망
    대기업 SI 계열도 기지개…캡티브 한계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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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출현으로 게임의 법칙이 바뀌자 변방에 머물던 국내 대기업들의 대응도 모처럼 조명을 받는다. 국내 IT 진영을 양분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반대 로드맵을 내놨고 제조 대기업 그룹사들도 시스템통합(SI) 계열사를 전면에 내세워 AI 역량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미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선 밀려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나 일단 시장 관심 일부를 국내로 되돌렸다는 성과 정도가 거론된다. 

      그간 투자업계에서 국내 대기업의 AI 경쟁력은 낙제점으로 분류돼 왔다. 글로벌 AI 밸류체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것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였고, 뒤를 이어 관련 반도체 소부장 협력사나 케이블, 변압기 등 인프라 기자재 제조사가 수혜 업종으로 주목을 받았다. 모두 제조 대기업 계열사다. 소프트웨어(SW) 역량이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거둔 사례는 전무하다 보니 회의감이 가득했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건 '소버린 AI'을 앞세운 네이버였다.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AI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통한다. 1년 전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자체 AI 반도체인 '마하1'을 설계한다고 깜짝 발표했고, 이어 인텔까지 파트너십으로 포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칩 설계부터 고유 데이터를 활용한 독립 AI 모델 개발까지 토종 빅테크로서의 면을 세웠다는 호평이 뒤따랐다. 일찍이 국내 대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과감한 전략이라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확고한 전략으로 자본을 투입한 네이버는 물론 창업주 구속 사태로 휘청이는 카카오도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시장에선 양사 재무제표 내 기계장치 구매액을 살펴 엔비디아 가속기(GPU)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로 AI 역량을 가늠할 뿐이었다. 네이버가 매년 2500억원 안팎, 카카오가 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대 10조원까지 투입하는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선두 업체와 어깨를 견주기 힘들다는 회의적 반응이 적지 않았다. 

      네이버와 카카오, 독자노선이냐 협력모델이냐 

      공교롭게도 중국 딥시크가 R1을 발표하면서 양사의 AI 전략이 주목받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 딥시크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뚫고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을 발표하며 빅테크들의 자본력에 족쇄를 채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단위 설비투자(CAPEX)를 입장료로 지불하지 않아도 기술력만 있다면 AI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비교적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카카오가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공식화하며 기대를 끌어모으는 가운데 네이버에선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를 예고했다. 양사 모두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느냐로 기업의 명운이 나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기조를 바꾸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상반기를 시작으로 연내 신규 AI 서비스를 계속해서 쏟아낼 예정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검색포털에서 발생한 트래픽으로 광고와 커머스 수수료를 올리는 게 핵심 사업 모델인데 작년부터는 내수에서도 얼마나 더 버텨낼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확산했었다"라며 "지난 3년은 법무법인 출신 최고경영자(CEO)와 투자은행(IB)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관리 체제로 받아들여졌는데 이해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는 만큼 좀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양사의 상반된 전략 중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이제 막 AI 경쟁의 2막이 올라간 데다 딥시크 이후 기존 빅테크들의 노선에도 변화가 감지되는 탓이다. 양사가 뿌리내린 플랫폼 특성이 다른 만큼 보유 데이터나 기술 로드맵에도 차이가 있어 당분간은 누가 승기를 쥐게 될지 추정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그룹 캡티브에 안주하다 정부 공공사업에 달려들기 시작한 SI

      대기업 SI 계열사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으나 시선은 그리 좋지 못하다. 주력인 반도체·가전·자동차 등 제조업에서도 중국 업체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늘어나는데 SW 역량은 그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각 그룹의 IT 역량을 집결한 SI 계열사 역시 글로벌 무대에 서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승계 목적으로 설립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정적인 캡티브(계열 내부) 수혜를 벗어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마땅한 AI 전략을 내놔야 한다는 고심이 2년여전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고는 있었다. 삼성SDS는 2023년 이후 클라우드와 기업용 생성 AI 서비스에 힘을 주며 기관투자자와의 접점을 크게 늘려왔다. SK㈜ C&C는 SK텔레콤과 함께 AIX사업부를 출범시켰고, LG CNS도 비슷하게 AX 기업 정체성을 내세우며 그룹 AI 인프라 사업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사업 내용보다는 오너 일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재무적투자자(FI) 회수를 위한 기업공개(IPO), 지주사와의 합병 문제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현대오토에버 3사 합병 정도가 HW와 SW 통합 전략을 위해 관련 역량을 한데 모은 작업으로 받아들여지고 나머지 SI 계열사들의 행보는 그룹사 사정이 사업보다 우선하는 주객전도로 비친다"라며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하려면 인재풀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데 국내 IT 인력풀 사이에서 대기업 SI 계열사에 대한 인식도 그리 좋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선거철을 앞두고 정부 차원에서 공공 AI 개발 사업이 오르내리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범정부 AI 공공개발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SW진흥법 개정안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삼성SDS와 LG CNS, SK C&C 등 대기업 SI가 입찰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업에선 대기업과 정부 모두를 국내 SI 생태계가 망가진 원인으로 꼽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발주하는 AI 개발에 대기업들이 뛰어든다고 해서 역량을 증명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