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수주 멈추고 문제 사업장은 정리
건설업 비중 줄이려는 움직임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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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사의 주요 과제는 부채비율 줄이기다. 각 조직 윗선에서도 부채비율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신규 수주는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분양이 어려울 것 같은 사업장은 용도를 변경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그동안 주택사업과 개발사업에 적극적이지 않던 삼성물산은 대형 건설사의 이러한 고민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건설 외에도 상사·패션·레저·식음료·바이오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삼성물산의 작년 3분기 부채비율은 62.3%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다. 삼성물산은 작년 1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성과급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건설은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조 단위 프로젝트 관리에 힘쓰고 있다. 현대건설은 작년 말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을 본PF로 전환했다. 2조8000억원 규모며 금리는 4%대다. 또 현대건설은 지난 12일 와이디427PFV(현대건설이 주요 주주로 참여)가 발주한 '힐튼호텔 개발사업'을 수주했으며, 오는 8월 도래하는 브릿지론 만기를 앞두고 4조5000억원 규모의 본PF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착공 시기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을 본PF로 전환하며 현대건설은 직접 보증 규모를 줄이고 책임준공 약정을 걸었다"며 "그러나 지식산업센터는 공실란이 심하다 보니 현대건설이 책임준공 대상을 변경할 계획이다. 착공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수 건설사는 지방 미착공 사업장 등 문제 사업장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내 재무관리실에 관련 TF를 신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PF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말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신사업 활로를 적극 물색하는 주요 건설사로, 최근 건설업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롯데건설 또한 신규 수주가 막힌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주택사업의 경우 지방 신규 수주는 사실상 멈췄으며, 건축사업은 '비용만 쓰는 부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건설은 2030년까지 주택 매출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고 신사업 이익 비중을 25%로 늘릴 계획이다. 부채비율은 현재 238.4%에서 2030년까지 150%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형 건설사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정비사업자금대출보증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GS건설이 대표적이다.
HUG가 보증서를 발급해 사업장에 금융기관 대출을 지원하며, 금융기관은 시공사의 신용이 아닌 HUG 보증서를 기반으로 자금을 댄다. 시공사는 직접 자금을 대지 않고 책임준공만 이행하면 돼서 재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줄어든다. 기존 정비사업에서는 시공사가 정비사업 조합에 사업비를 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건설사가 부채비율을 낮출 방안으로 사업장 정상화 또는 매각이 거론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방안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돼야 가능한 방안으로 현시점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의 차입금은 13조6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증가했다. 대우건설은 56.9%(1조3313억원) 증가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현대건설은 41.1%(9460억원)로 뒤를 이었다.
10대 건설사들은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든 연대보증 사업장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우량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방 미분양 미수채권을 처리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며 "연말 수주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