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부담 덜어낼줄 알았는데…건전성 지속 악화
은행 대손비용 줄어들기 어려워…비은행이 관건
'올해 은행 실적 꺾이는데'…고민 커진 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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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들이 올해도 상당 수준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들어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고금리 장기화로 연체율 또한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경기침체에 따른 순이익 하락 부담을 지고 있는 금융지주들의 실적 및 건전성 방어 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전입한 충당금 규모는 7조554억원으로 전년(9조427억원) 대비 28.16% 줄어들었다. 누적 충당금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입액은 과거 대비 줄어든 모양새다. 이는 지난 2023년 당국이 금융지주에 보수적 충당금 적립을 강조한 영향이다. 당시 금융지주들이 선제적 충당금을 적립한 기저효과로 지난해 충당금 전입액이 전년대비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올해 충당금 규모가 전년대비 하락하는 추세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4분기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상황이 달라졌단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연체율 또한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요 시중은행들은 개인사업자(SOHO)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렸는데, 경기침체로 인해 관리 부담이 매우 커진 상황이란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중 개인사업자 부문 연체율은 0.71%로 1년새 0.15%포인트 증가했다. 3년 전인 2022년 11월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소매판매가 3년 연속 감소하며 카드사태가 있던 2003년 이후 21년만에 최악으로 치닫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라며 "지난해 하반기 충당금이 많이 줄었으면 올해도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길 텐데 하반기 경상 기준 크게 줄어들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금융지주들은 전체 여신 대비 대손비용 비중을 나타내는 대손전입액 관련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놨다.
KB금융은 올해 대손전입액이 전년과 비슷한 0.40% 중반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고, 지난해 충당금을 상대적으로 덜 쌓았던 하나금융은 대손비용률이 전년대비 약 6bp(1bp=0.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컨퍼런스콜에서 대손비용률이 전년 대비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대손비용률을 전년보다 약 12bp 낮은 0.35%로 전망했고, 우리금융은 경상 대손비용률을 지난해 수준인 0.40%보다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설명에도 업계에서는 올해 금융지주들이 전년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올해 연체율 등 경기 흐름을 살펴봐야겠지만 작년 대비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관건은 비은행 자회사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사 PF나 캐피탈사, 신탁사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관련 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올해 비은행 충당금이 줄어들면 전체적인 대손비용률은 하락할 수 있다"라며 "은행 대손비용이 크게 줄어들긴 어렵기 때문에 비은행 쪽에서 줄어들지 않으면 대손비용이 줄어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도 올해 경제상황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련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충당금 적립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분위기다. 당국 특성 상 손실흡수력을 충분히 쌓을 것을 강조할 수밖에 없지만, 충당금에 대해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금융사들이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아직 방침이 구체화되거나 정해진 건 없다"라며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다른 한 관계자는 "PF 등과 관련해선 전혀 과거 대비 개선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경계하고 보수적으로 감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올해 주요 자회사인 은행 실적이 꺾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달아 '최대 실적'을 경신하던 금융지주도 예전같은 성장세를 나타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순익 개선을 위해서는 충당금 감소가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라고 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지주 또한 실적 개선 필요성 때문에 충당금을 과거처럼 보수적으로 반영하진 않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길 원하겠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실적을 좋게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도 있다"라며 "PF의 경우 이미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으라는 압박이 있었고, 정리도 시작했기 때문에 당국이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주장할 명분은 약해졌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