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변동성 큰 증권업 특성상 은행과 같은 주주환원책 어렵단 지적
“ROE 높여 주가 제고하는 것도 하나의 밸류업 방법”이란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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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형증권사들이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및 트레이딩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등 5곳이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한 것이다. 다만 이들은 은행지주ㆍ보험사 등 다른 금융사에 비해 주주환원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특성상 높은 변동성과 유동성 유지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기대하는 공격적인 주주환원책과는 다소 온도 차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28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21년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에 가까운 이익을 냈다. 삼성증권(1조2057억원), 미래에셋증권(1조1589억원), 키움증권(1조982억원) 등 주요 증권사들도 잇따라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 2023년엔 부동산 PF 충당금 여파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실적 증가의 배경은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 등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부문의 호조였다. 지난해 미국 증시의 호황 속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 거래량이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해외 주식 수수료율은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율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 이상 높아 증권사의 수수료 이익 역시 많이 증가한다. 지난해 4분기에만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258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34.9% 증가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의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수익은 2831억원으로 전년(1322억원) 대비 114.1%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 외에도 키움증권 2088억원(YoY+95.7%), 삼성증권 2042억원(YoY+91.7%), 한국투자증권 1338억원(YoY+63.4%) 등도 모두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
지난해 채권금리가 강세(금리 하락)를 보이고, 증시 등 금융시장 환경이 개선되며 트레이딩 수익 역시 크게 늘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상품운용손익 및 금융수지가 2023년 5336억원에서 지난해 1조54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2023년 3977억원이었던 운용부문 수익이 7237억원으로 82% 급증했다. 채권운용이익이 확대됐고, 배당금 및 분배금 수익도 전년대비 20%가량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 증권사들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책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실적 하락기에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잇따라 배당확대 등 '당근'을 제시한 것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내로 주주환원책 등 구체적인 밸류업 공시를 예고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직까지 별다른 공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은 14일 기업설명회(IR)에서 중장기 전략으로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 등 실행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호실적은 거둔 은행계 금융지주가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발표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4대(KB금융·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가 올해 예고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약 1조7200억원이다.
다만 이를 두고 증권업과 은행을 동일 선상에 두고 주주환원책 등 밸류업 정책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증권사는 업종 특성, 수익 창출 구조 등 펀더멘탈 자체가 은행과 다르기 때문에 적극적인 밸류업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실장은 "증권사의 본질은 자본을 축적해 이를 바탕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구조이므로 자사주 매입이나 고배당을 통한 주주환원보단 자본 확충이 우선될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고 했다.
또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증권사가 은행계보다 유지하기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4대 금융지주는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나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IB(투자은행) 등은 대내외 경제 변수로 인한 변동성이 커 수익 구조의 안정성이 은행보다 떨어진다.
이어 대체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은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리스크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사업이므로 증권사는 주주환원보단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 건전성 유지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과 같은 고정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기업 재무에 부담을 줘 증권사의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만이 기업 밸류업 정책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자본을 활용한 브로커리지, IB 분야의 영업 확장으로 ROE 등 수익성을 크게 올렸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 가치를 올려 해당 기업의 주가를 제고하자는 밸류업 취지를 고려하면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만이 답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