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대형 기관 유입으로 '상장 완주'는 가능하나
배당수익률과 공모주 매력도의 상관관계 낮다는 평
높은 배당만큼 배당락일 이후 주가 하락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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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10%라는 배당수익률이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높긴 하죠. 하지만 배당수익률을 보고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기관은 없을 겁니다.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주식의 성장성, 그리고 구주와 신주 매출 비율이죠."(한 공모주펀드 운용역)
SGI서울보증이 공모구조를 대폭 수정해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한다. 공모희망가 기준 10%대 배당수익률을 무기삼아 투심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현 시점에 '배당주'가 '공모주'로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다.
서울보증은 이번 공모에서 희망공모가 범위를 2만6000원~3만1800원으로 제시하며 2023년 IPO 첫 도전 당시보다 공모가를 약 35% 낮췄다. IPO 과정에서 '고배당주'를 강조해온 만큼 공모희망가액 기준 배당수익률은 9~11% 수준을 제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자문을 받아 공모가 인하와 배당 확대 방향으로 공모구조를 수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도전에서 서울보증은 삼성화재와 DB손보, 현대해상, 한화손보 등 국내 손보사들로만 피어그룹을 구성했다. 이를 토대로 희망 공모가를 2023년 당시보다 최소 1만3500원~2만원을 낮춰 잡았다. 지난번 상장 과정에서 서울보증은 프랑스 코페이스(Coface), 미국 트래블러스(Travelers) 두 곳의 해외 손보사까지 피어그룹에 포함시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지나치게 끌어올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모가가 낮아지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점은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연기금이나 해외 운용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공모주에 높은 비중을 실어 대규모 물량을 청약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매우 드물다.
현재 공모주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형 투자자문사 및 운용사의 경우, 여전이 '공모주'라는 관점에서 보면 서울보증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성장성이 중요한 공모주 특성상 배당수익률을 보고 공모주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0%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미국배당주 위주의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안도 여럿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강조한 만큼, 배당락일 이후 큰 폭의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배당수익을 노리고 들어가는 기관투자자가 많으면 상장 초기에 주가가 올라갈 순 있지만, 배당금 수령 후 대거 매도에 나설 경우 주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다른 운용사 운용역은 "공모가를 대폭 낮췄으니 배당률은 당연히 올라가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배당이 큰 만큼 배당락도 클 수 있어 주가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배당수익률이 온전히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단위 자금을 운용하며 분산 투자가 필요한 대형 운용사들에겐 투자 유인이 있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중소형 운용사들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형사들은 과배정을 받을 수 있어 참여를 고심하는 분위기다.
서울보증이 제시한 배당수익률 9~11%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서울보증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까닭이다. 서울보증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은 1279억원으로, 전년 동기 2623억원 대비 51% 감소했다. IFRS17 도입에 따른 비상위험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배당 정책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LG CNS의 주가가 상장 이후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점 역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재무적 투자자(FI)의 구주매출이 50%였던 LG CNS 사례를 두고 '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목적 IPO'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중소형 기관 관계자는 "LG CNS 투자 손실 경험과 최근 부진한 공모주 시장 상황으로 인해 수요예측 참여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내부 논의를 충분히 거친 후 외부 분위기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