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산하 하나·우리금융F&I, RWA 규제에 발목
대신·키움F&I도 신용등급 부담에 공격적 투자 어려워
새 플레이어 진입도 제한적 "NPL 호황 장기화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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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올해 부실채권(NPL) 매각 규모가 지난해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지주 산하의 하나F&I와 우리금융F&I가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로 인해 숨고르기에 나서며올해도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독주가 예상된다. 여기에 신규 투자자의 진입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장 전반의 경쟁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예상 은행권 NPL 매각 규모를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최소 8조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8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금융안정 기조로 부실채권 인식이 이연됐으나, 최근 경기 둔화 및 은행권 건전성 제고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NPL 매각 규모가 크게 늘면서다.
특히 지난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요주의 여신(부실화 직전 단계 채권)은 총 7조1150억원으로 전년 말(6조 2920억원)보다 8230억 원이 증가하면서 올해도 은행권에서 상당량의 NPL을 매각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NPL 시장 규모도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적극적으로 NPL 매입에 나설 곳은 유암코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암코는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암코의 지난해 NPL 시장 점유율은 45% 수준으로 지난해 37%에 비해 점유율을 키웠다.
유암코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주요 배경은 하나F&I와 우리금융F&I의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소속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로 투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공격적으로 NPL을 매입했던 하나F&I와 우리금융F&I는 하반기 들어 각각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내부 재무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매입 속도를 조절하는 방침을 세웠다.
NPL투자사 관계자는 "유암코는 NPL 매각이 많이 나올 때 담겠다는 의지가 있지만, 우리금융F&I와 하나F&I는 RWA 기준을 맞추기 위해 낙찰을 못 받더라도 입찰가를 낮게 적어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RWA 규제에서 자유로운 대신F&I와 키움F&I는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편이지만, 이들 역시 NPL 매입을 크게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NPL 전업사들은 주로 회사채 발행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데, 차입 규모가 커질수록 신용등급 관리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하나F&I와 우리금융F&I의 투자 위축을 기회로 삼아 매입 규모를 다소 늘렸으나, 올해는 지난해 이상으로 늘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대신F&I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 키움F&I는 A-(안정적)인 반면, 유암코는 AA(안정적)로 NPL 전업 투자사 중 가장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자기자본투자(PI)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신F&I는 2023년부터 다시 NPL 투자로의 '본업' 회귀로 나선 모양새다. 다만 이전에 투자했던 부동산 자산 회수에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마냥 NPL 차입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신용등급 전망 또한 지난해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대략 6000억원의 NPL 인수에 나선 키움F&I 또한 신용등급이 A-인 만큼, 지난해만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사 등 NPL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은행권 NPL 입찰에서 낙찰에 성공한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했다. 운용사들은 전업 투자사에 비해 자금 조달 금리가 높은 데다, NPL 시장의 호황이 장기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NPL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유암코가 점유율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NPL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금리가 내려가고 경기가 좋아지면 NPL 시장도 한물 갈 텐데 지금 당장 호황이라고 쉽게 투자를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