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두고 건설사로 회귀 우려…환경기업 정체성 혼란
새로 합류한 반도체 계열사로 올해 중 몸만들기 가능할까
'반도체 종합 서비스' 중심 에쿼티 스토리 재구성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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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가 결국 친환경 사업의 매각을 추진한다. 수개월 전부터 다수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인수 의향을 타진해온 것으로 확인되는데, 가격만 맞으면 인수자를 찾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거란 평이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친환경 사업이 빠진 공백을 지난해 SK㈜에서 넘겨받은 반도체 사업으로 채울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올해 중 상장 가치를 맞춰야 하는데 다시 건설·플랜트 중심 사업구조로 돌아가는 모양새인 탓이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가 친환경 사업의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환경관리 자회사 리뉴어스(구 환경시설관리) 지분 75%와 리뉴원(구 대원그린에너지) 지분 100%다. 연 300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목적으로 재무적 투자자(FI) 동의를 구해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에선 2조원 이상 몸값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0년 이후 2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 사들인 수처리·폐기물·매립지 사업을 모두 되파는 구조다. 시장에선 지난해 이들 사업에서 발생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약 12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PE들이 눈독을 들일 법한 자산이긴 하나 2조원 안팎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PE업계 한 관계자는 "3개월쯤 전에도 회사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몇몇 PE에 인수 의향을 물으려 접촉했었다"라며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사업 인수에 들인 돈이 2조원에 달하니 그 이하 매각가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가격 측면에서 눈높이 차이가 너무 컸었다"라고 말했다.
이만한 규모의 폐기물 사업이 통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잘 없어 기대보다 좋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작년 이후 PE들도 재차 폐기물 산업에 관심을 높이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기업보다는 PE가 보유하고 있을 때 관리나 규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시선은 오히려 매각 이후를 향하고 있다. 사명까지 바꾸면서 환경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왔는데, 상장을 목전에 두고 정체성이 불분명해지는 탓이다.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SK에코플랜트에서 폐기물이 빠지면 건설 부문 비중이 80% 수준까지 올라가버린다. 과거처럼 대기업 계열 건설사 중 한 곳으로 돌아가는 셈"이라며 "건설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인수한 자산을 이제 와서 되파는 것도 문제지만, 향후 상장 난이도가 너무 올라가게 된다. 지난해 리밸런싱으로 확보한 자산이 폐기물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SK㈜에서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때도 색채가 애매해졌다는 시각이 많았다. 각각 산업용 가스와 메모리 반도체 모듈 사업체로 SK하이닉스의 성장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계열사로 통한다. 에센코어가 전자·전기폐기물 계열사인 SK테스와 일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빼면 건설, 친환경에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이종 산업이 혼재하게 된 것이다. 재무 체력을 보강하기 위한 수혈 작업임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상장 난이도는 올라갈 거란 전망이 나왔다.
친환경 사업 없이 상장에 필요한 실적 요건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전환우선주(CPS) 투자자들과의 계약에 따라 내년 중 상장에 나서야 한다. 증시 입성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올 연말까지는 상장에 부합하는 몸만들기를 마쳐야 한다.
새로 합류한 반도체 관련 계열사의 한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기는 알짜이긴 하나 건설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이다. 올해에는 SK하이닉스에서 확보할 캡티브(계열 내부) 매출이 더 늘어날 예정이기도 하다. 전체 사업에서 건설 부문 기여도가 더 올라간다는 얘기다. IPO 작업에 참여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SK에코플랜트의 에쿼티 스토리에 대한 고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비교기업(Peer) 선정에서 건설업종을 피하기 위해 그간 노력해왔는데 막상 상장을 앞두고 건설업으로 돌아간 모양새가 됐다"라며 "폐기물 외에도 태양광, 수소 등 대체에너지 발전 사업 등도 갖추고 있지만 내년 상장을 목표로 에쿼티 스토리를 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종합 서비스 사업을 중심축으로 내세워 상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환경기업 색채를 앞세운 지난 수년 행보가 무색해지긴 하나 이 편이 상장 작업에는 오히려 수월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내 기존 건설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실적이 마련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