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보험사 실적성장 둔화ㆍ킥스비율도 ‘폭락’
입력 2025.02.17 07:00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 실적 발표
    실적성장 둔화하고
    킥스비율 큰 폭 감소
    보험사들 올해 실적 역성장 가능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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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험사들이 속속 연말결산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실적성장 둔화와 킥스비율 급감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마저도 킥스 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앞으로 독립계 보험사들의 실적 발표가 잇따라 예정되어 있는 만큼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12일 각 회사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지난해 83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17.7%가 증가했다. KB라이프는 2694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이 15.1% 늘었다. 신한라이프는 5284억원을 기록하며 순이익이 11.9% 증가했다. 하나생명은 순손실 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들 보험사들은 사상최대 실적을 이어갔지만, 이전 만큼 증가폭이 늘지는 않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결산 실적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2023년에는 전년대비 순이익이 35.1% 증가했으며, KB라이프는 전년대비 88.7%가 증가한 바 있다. 그나마 신한라이프가 2023년대비 2024년 순이익 증가폭이 늘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변경된 회계제도인 IFRS17 하에서는 미래이익(CSM)이 상각되는 형태로 순이익이 인식되는데 연말결산에서 성장둔화가 나타났다는 것은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지거나 역성장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성장둔화 배경도 영업부진 등의 이슈라기 보단 금융당국의 회계처리 가이드라인 변경 요인이 컸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사들에 연말실적 결산에 있어서 회계처리 가정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및 보험상품 손해율 가정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바뀌었다. 

      그 결과가 이번 연말 결산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들부터 실적 발표를 한 가운데, 우려했던 것들이 결과로써 드러났다”라며 “성장둔화 및 역성장은 일시적 이슈가 아니라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적둔화보다 더 큰 문제는 킥스비율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마저도 킥스비율이 ‘폭락’했다. KB손해보험 킥스비율은 188.1%로 전년대비 27.8%포인트가 감소했다. 신한라이프는 206.8%로 전년대비 44%포인트, KB라이프생명은 265.3%로 64.5%포인트 감소했다. 

      이들 보험사들은 그나마 금융지주란 '우산'이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높다고 평가되던 곳이지만, 킥스 비율 급감을 피할순 없었다. 특히 외국계 우량보험사와 합병으로 탄생한 신한라이프, KB라이프 조차도 킥스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보험사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연말 결산실적에서 킥스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보험사 자본확충 문제가 더욱 부각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 역마진 상품을 많이 판매한 독립계 보험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증폭하고 있다. 당장 증권가에선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성장둔화 가능성이 언급된다. 투자업계에선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의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에 가이드라인 완화를 요구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아직까진 금융당국의 스탠스는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실적이 부풀려졌다고 판단하고, 현 상황을 ‘비정상의 정상화’로 인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선 금리하락기와 맞물려 ‘비상경영’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 보험사들이 실적 부진에 초점을 맞춰서 올해 사업계획을 짠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계리 전문가는 “현 시점에서 보험사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지표는 킥스비율이다”라며 “킥스비율이 150% 수준으로 떨어진 보험사들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