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 대비 조치란 설명에도, 일부 상품만 적용 '의문'
4월 잔여분배금 지급 방침에 "즉시 지급하라" 목소리 커져
분배금은 운용역 권한이지만 불투명한 결정 과정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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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 분배금 축소와 관련해 추가 지급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세법 개정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라는 미래에셋운용의 설명에도 불구, 피해를 본 투자자는 물론 동종업계에서도 결정 과정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문제가 된 상품은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다. S&P500의 경우 최근 분기 발생한 분배금 65원 중 45원만 투자자에게 지급했으며, 나스닥100은 발생한 243원 가운데 70원만 지급하는데 그쳤다. 각각 30%, 70%에 달하는 금액을 운용사가 내부 유보한 셈이다.
투자자들은 사전 안내 없이 분배금이 축소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경우 발생한 분배금이 전액지급되는 등 일부 상품에 한해서만 분배금이 크게 줄었고, 분배금이 지급된 후에야 그 배경에 대해 뒤늦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운용은 올해 시행된 펀드 외국 납부세액 과세 방법 개편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 계좌의 이중과세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상품의 분배금 축소 폭이 크게 차이나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세제혜택이 끝나 추가로 과세되는 배당소득세는 15% 수준인데 나스닥100의 경우 70%에 달하는 분배금이 줄어든 배경이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운용사들의 경우 배당소득세 15%를 제외하고 분배금을 지급했으며, 전분기 대비 금액 차이도 크지 않아 논란이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운용은 세재개편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안하고 TIGER 미국나스닥100과 TIGER 미국S&P500의 각 초과 성과 비중 내에서 운용역이 보수적으로 분배 비중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S&P500에 비해 분배율이 낮은 나스닥100의 투자자들은 배당보다 지수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선호하는 일반적인 성향을 고려해 더 보수적으로 책정했다는 것이다. 두 상품 모두 김남호 ETF운용2본부장과 김민수 팀장이 운용역을 맡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 ETF에 대해 투자자들의 신뢰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운용역 '재량'이라고는 하지만 일부 상품에 한해 차등적으로 분배금을 지급하면서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래에셋운용은 잔여 분배금을 다음 분배금 지급일인 4월에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지급된 분배금을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운용으로서도 이러한 상황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간 상당한 투자자 간 매매가 이뤄진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에게 분배금을 즉시 지급할 경우,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배금 지급 대상은 배당과 비슷하다.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해당 상품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는 이후 ETF를 매각했더라도 분배금 지급 대상이 된다. 반대로 논란 이후 해당 상품을 새로 매수한 투자자는 분배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이들의 경우 분배금은 받지 못한 채 '분배락'만 겪는 불이익이 우려된다.
미래에셋운용은 미지급된 분배금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인 투자자 혜택은 미미할 전망이다. 단기 예치 특성상 이자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3개월간 연 3% 이율로 RP 투자를 가정하더라도 실제 이자이익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TIGER 미국S&P500의 잔여분배금 20원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173원에 대한 이자수익은 각각 0.15원, 1.3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운용은 "1분기 분배금 지급 후 매도한 투자자는 (분배락 전의) 높은 기준가로 매도했으므로 손해가 아니다"라며 "이후 새로 매수한 투자자는 2분기 분배금 지급 기준일까지 보유하면 분배 대상이 되므로 불이익이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런 설명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투자자와의 소통 미흡'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분배금 결정이 운용역의 고유 권한이고 미래에셋운용의 판단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점은 문제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소득세법상 유보 가능한 이익을 제외한 배당금은 해당 연도 내 전액 분배가 의무화돼 있어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합법 여부와는 별개로 시장의 불신이 쌓였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이 세법 개정에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시장 헤게모니를 잡으려 했으나, 불친절한 고지로 인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른 운용사들이 분배금 지급의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한 것과 달리, 미래에셋운용은 기술적 접근에 치중해 시장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의 판단이 틀렸다고 볼 순 없지만,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단 목소리가 나온다"라며 "왜 특정 상품의 분배금만 줄였는지, 그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등 투자자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