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분야 전문가 투입되고 실시간 대응까지
수십명 투입해 총력…"로펌 간 자존심 싸움"
경영권 분쟁이 '확실한 먹거리' 될까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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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무한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양측을 돕는 법무법인(로펌)들은 늘어나는 일감에 웃음 짓고 있다. 계속되는 양측의 법정 공방에 해당 사건은 올해 상반기에도 로펌들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각종 민형사 소송 건뿐 아니라 남은 가처분 건에서도 초호화 변호인단이 맞붙으며 대형 로펌 간의 ‘자존심 싸움’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었던 임시주주총회는 최윤범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 영풍 연합의 이사회 진입을 저지했지만, 민형사 소송 및 고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MBK·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을 포함해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 전현직 이사진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최 회장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일부 임직원 등에 대한 법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계속된 전방위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소송이 더해질수록(?) 로펌 입장에선 수임 건이 계속 추가되는 셈이다. 양측이 경쟁적으로 변호인단을 꾸리면서 거의 모든 주요 로펌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초반엔 고려아연 측은 김앤장에서 대응했고 MBK·영풍은 세종, 베이커맥켄지 앤 KL파트너스, 화현 등이 함께했다.
이번처럼 대형 경영권 분쟁은 기업 자문 및 M&A, 금융, 공정거래, 형사, 송무, 당국 대응 등 여러 분야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투입되는 인력 수가 상당하다. 김앤장이나 세종·태평양 등 대형 로펌의 경우 핵심 변호사들을 포함 관여 인원만 해도 수십 명에서 100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투입 인원과 기간을 고려했을 때 로펌들이 해당 건만으로 챙기는 수임료가 상당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의 공방이 거의 실시간 이뤄지기 때문에 때마다의 외부 대응도 법적 대응을 거쳐야 한다. ‘타임 차지(Time Charge)’가 기본인 만큼 법적 분쟁이 늘어날수록 로펌의 수익은 늘어나게 된다.
임시주총 전엔 최윤범 회장이 MBK·영풍에 고려아연 경영권을 넘기며 분쟁이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앤장 측이 고려아연에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고 상법에 근거해 영풍이 소유한 의결권을 무력화하는 대응에 나서면서 법정 공방이 연장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로펌 입장에서는 중요한 성과이자 좋은 비즈니스인데, 워낙 투입되는 인원이 많아서 개인들에게는 어느 정도가 돌아갈지는 봐야 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은 고객 입장에서는 잃으면 ‘0’이니 이기 위해 모든 수를 쓰기를 원하고, 로펌은 모든 법적 대응을 총동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 경영권 분쟁은 대형 로펌들은 ‘굳이’ 내키지 않아 하는 사건으로 여겨졌다. 국내에서 경영권 분쟁 케이스가 절대적으로 적기도 했고, 주요 고객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적대적 인수는 이해 관계상 맡기 어려운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MBK-고려아연 분쟁 건은 다른 핵심 고객인 대형 사모펀드와 기업이 맞붙은 경우다 보니 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워낙 대형 건으로 번지다 보니 사실상 로펌들의 ‘노다지’가 됐다는 평이다.
과거 KCGI-한진칼, 얼라인파트너스-SM엔터테인먼트 등 행동주의펀드가 기업과 맞붙으며 경영권 분쟁이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에 대형 PEF인 MBK가 경영권 분쟁의 새 지평을 열었고 비슷한 사례가 늘어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이 국내에서도 확실한 로펌의 ‘먹거리’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다국적 대형 로펌인 스캐든(Skadden)이 경영권 분쟁으로 사세를 키운 대표적이다. 1948년 뉴욕 맨해튼에서 3명의 변호사가 설립한 법률 사무소로 출범한 스캐든은 기업 인수합병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특히 당시 미국 로펌들이 외면하던 기업 경영권 분쟁 시장을 장악하며 세계 최대 로펌 중 한 곳이 됐다.
양측이 변호인단을 교체하거나 추가하는 등 진용을 다시금 정리하면서 남은 법리공방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율촌을 선임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이재근 송무그룹 공동대표를 비롯해 다수의 변호사가 대응에 나선다. 지금까지 율촌은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여겨지는 한화 측의 대응을 도운 바 있다.
지난해 10월 MBK·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1·2차 심리에선 법원이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리며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이때 고려아연은 김앤장만 대리인으로 선임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올해 1월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 금지’를 다룬 3차 가처분에선 MBK·영풍 측 의견을 받아들여 인용 결정했다. 김앤장이 기각 결정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율촌으로 ‘선수 교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앤장에서 고려아연 측을 대리해 자문과 소송을 이끌어 온 고창현 변호사는 김앤장을 나와 율촌과 함께 고려아연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고 변호사는 앞서 1차 가처분 소송에서 고려아연의 승리를 이끌었던 바 있다.
고려아연의 진용에 맞서 MBK·영풍은 세종, 태평양, KL파트너스, 한누리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상태다. 1차 가처분 당시엔 세종,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만 함께했으나 분쟁이 장기화하며 변호인단이 추가로 꾸려졌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각 로펌들이 핵심 변호사들을 내걸고 있어서 로펌 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