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7兆 줄었는데 '자사주 17억' 생색낸 KB금융...회장은 매입 안 해
입력 2025.02.12 07:00
    KB금융, 5일 실적발표 이후 주가 7.5% 하락하자
    계열사 대표·지주 임원 25명 자사주 2만주 매입
    주가는 하락 마감…실적 발표 이후 시총 2.7조원 줄어
    양종희 회장, 이번 자사주 매입 참여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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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계열사 대표 및 지주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주가가 또 다시 하락 마감하며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상태인데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도 시가총액 하락분에 비교하면 적었던 까닭이다.

      증권가에서는 보여주기식 자사주 매입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주가 제고 정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KB금융은 전 계열사 대표이사 및 지주 임원들이 약 2만주의 자사주를 장내 매입했다고 밝혔다. 지주 임원 13명이 약 7000여주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12개 계열사 대표들이 각각 약 1000주~2000주씩 총 1만3000여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같은 자사주 매입은 지난 5일 실적발표 이후 KB금융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4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했고, 주가가 7% 가까이 밀렸다.

      그러나 자사주 장내 매입에도 이날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장중 전해졌지만, KB금융 주가는 전일 대비 0.8% 하락한 8만42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입은 실적에 대한 자신감 및 주가 부양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일반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이번 KB금융 자사주 매입의 경우, 발표 시점과 매입 규모 면에서 시장에 다소 미흡하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5일 이후 주가 하락으로 증발한 시가총액은 2조6760억원에 달하는 반면, 자사주 2만주 매입액(17억1800만원)은 시총의 0.06% 수준에 그친다.

      이번 자사주 매입에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이재근 지주 글로벌사업부문장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에 최고경영자(CEO)급이 참여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KB금융은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게 아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 임원과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선 이벤트성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 성과조건부주식(RSU) 지급제도 등 임직원들이 성과의 상당부분을 주식으로 받아가는 별개의 인센티브 체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RSU는 회사가 근속 및 성과 달성 등을 조건으로 임직원에게 주식을 교부하는 제도로, 미국의 경우 주요 핵심 임원 보상의 70%를 차지한다. KB금융을 비롯해 국내 금융지주의 경우에도 주식기준 보상약정 제도가 있지만, 대부분 장기성과급에 치중돼있으며 지급 시점 주가와 연계해 현금으로 보상하는 구조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KB금융 주가 하락의 배경은 높아진 눈높이 대비 주주환원 규모 및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가 미흡해 그간 누리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주주들이 실망한 핵심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임원이 때 맞춰 일시에 주식을 매입하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로는 투심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