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못하겠다"…건설사 옥죄는 수분양자 소송
입력 2025.02.12 07:00
    수분양자 "사기분양, 부실시공"
    분양대금 못받아 답답한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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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치솟은 공사비, 줄어든 수주 이외에도 입주민과의 갈등이 건설사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주거시설을 완공했는데도 수분양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면 건설사는 유동성에 타격을 받게 된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생활형숙박시설(생숙)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롯데건설과 수분양자의 갈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입주 예정자 600여명은 허위 과장 광고와 하자 보수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입주와 잔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수분양자에게 중도금을 대출했던 대주단은 시행사 자격으로 연대보증을 선 롯데건설에 대위변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수분양자가 집단으로 입주를 거부하는 현장은 이뿐만 아니다.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현대건설), 서울 중구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대우건설) 등에서 수분양자는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생숙보다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아파트 현장에서도 잡음이 있다. 광주 동구 '금남로 한신더휴 펜트하우스'(한신공영), 대구 수성구 '수성 더팰리스 푸르지오 더샵'(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은 수분양자가 하자를 이유로 입주를 거부했었다.

      작년 하자 관련 분쟁사건이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8월 하자심사분쟁위원회에 접수된 공동주택 하자 관련 분쟁사건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3525건이다.

      문제는 건설사의 유동성이다. 수분양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며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시공사는 분양 대금을 받지 못한다.

      재작년 이후 건설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한 상황에서 돈이 제때 돌지 않으면 그 여파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은 롯데건설이 서울 마곡지구에 개발하는 마이스(MICE) 복합단지 '르웨스트'의 시공사 중 하나다.

      2개 이상 건설사가 공동 시공하는 '컨소시엄' 단지에서 한 건설사가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건설사에 부담이 전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령 A사업장에서 X건설사가 대금을 받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X·Y건설사가 공동 시공하는 B사업장에서 X건설사가 공사를 이어갈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Y건설사는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할 때도 시행사·시공사와 수분양자들의 갈등이 급증했다. 부동산 호황기 때 상대적으로 너그럽던 수분양자들이 불황기 때는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하자분쟁소송 등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건설사의 답답함은 더 커질 전망"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