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 25% 관세…적극 대응하자니 실익 불투명한 포스코·현대제철
입력 2025.02.12 07:00
    트럼프, 수입 철강에 25% 관세…"예외, 면제 없다" 선언
    포스코·현대제철 美 현지 진출 실익 분석 어려운 분위기
    고환율에 비싼 운영비까지…아직 모든 패 드러나지 않아
    美 이전 국내 정국불안도 변수…관망세 장기화할 가능성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대로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며 국내 철강 산업도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앞서 국내 기업의 현지 직접 진출을 따져보던 기류도 미국이 카드를 꺼내드는 속도가 빨라지며 바뀌고 있다. 당장 철강 수입규제 움직임에 대처하기엔 실익을 따지기 어려울 만큼 변수만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며 "예외나 면제는 없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1기 당시엔 캐나다와 멕시코가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됐지만 이번에는 수입국 전원에 관세를 예고한 것이다. 

      국내 철강 산업은 이번 조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미국 철강 수입에서 한국산 제품은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를 이어 네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관세 부과 대상국에 오른 만큼 이들 지역을 통한 우회수출도 큰 의미가 없어졌다. 관세가 내달 4일부터 발효되면 포스코나 현대제철의 국내와 해외 판매 전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장 이들 민간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 전략을 펼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당초 시장에선 현대제철이나 포스코 모두 미국 현지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을 따져왔다. 현대제철은 이미 작년부터 현지에 수소환원제철 전기로를 짓는 방안을 검토해왔고, 트럼프 2기 출범 직전 이 같은 소식이 시장에 새 나오기도 했다. 철강 순수출국인 한국에서 관세를 피하면서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자면 현지에 공장을 직접 짓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파트너십을 구축해 현지 상공정 진출을 예고했던 포스코 행보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시각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협상 테이블을 차리려 더 강력한 수입규제 카드를 꺼내드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2기 행정부는 4년 뒤 임기가 끝나는데, 당장 올해 투자를 결정한다고 해도 공장을 짓고 가동할 시점부터는 다음 대선 국면을 맞닥뜨려야 한다"라며 "탄소세건 관세건 미국 내 물가 관리에 주는 타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밀어붙이기 힘들 거라는 시각도 많다. 너무 빨리 대응책을 내놓는 것도 위험이 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 투자에 나서도 실익이 불투명하단 지적도 있다. 현지에 전기로를 지을 경우 에너지 가격도 싸고 관세나 탄소세 등 수입규제 정책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건설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운영비도 그만큼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지난 수개월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며 달러 조달 부담이 높아진 것도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 입장에선 투자 결정 이전에 투하자본수익률(ROIC)을 따져야만 하는데, 지금은 달러 환율 하나만 놓고 봐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환율이 장기화할 거란 전망이 많아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선 중국을 막고, 보조금은 물론 현지 고객사와 협업할 기회를 거의 독점적으로 보장받은 채로 국내 2차전지 기업의 러시가 이어졌는데 직후 금리 인상과 인플레가 겪으면서 ROIC가 고꾸라졌었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관련 소식이 들려온 현대제철은 물론 포스코도 당분간은 관망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거란 분위기도 전해진다. 

      미국 정부가 아직 모든 패를 드러내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철강 순수입국인 미국 입장에선 수입산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자국 완성차 산업의 가격 경쟁력에도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내놓은 관세 정책을 상쇄하기 위해 완성차 무역에서도 상당한 조치가 이어질 거란 우려가 많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지 완성차 판매 전략을 특정하기 전에 계열 철강 사업이 먼저 움직이는 것도 부담이 따른다는 평이다. 

      국내 정치 상황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는 게 정치권에선 일자리가 유출되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큰 탓이다. 향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국내에서도 선물 보따리를 풀어야 할 필요도 따져봐야 하는 셈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그룹사 차원에서 보면 미국보다 국내 정상황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수도 있다. 탄핵정국이 어떻게 수습될지 지난달과는 또 판세가 바뀌고 있는 탓"이라며 "미국 문제는 어차피 기업이 단독으로 협상하기도 어렵고 정국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철강 업체도 어쩔 수 없이 관망하는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