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0% 하회... 3거래일째 '부진'
공모가 높고 유통량 많아…구주매출 비중도 발목
일반청약 경쟁률 1/5로 급감, 공모시장 이탈 가속
IPO 제도 개선안까지 부담 커지는 증권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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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의 구원투수로 주목받았던 LG CNS 마저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LG CNS의 공모가 대비 하락에 대한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결국 '국장 탈출'을 이어가는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상장한 LG CNS는 공모가(6만1900원) 대비 약 10% 하락한 5만5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는 상장일 5만4900원까지 내려간 후 크게 반등하지 못한 채 5만원대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다 상장 3일째인 7일에도 5만원대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123대 1을 기록하며 21조 원이 넘는 증거금을 모았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도 114대 1의 경쟁률로 주문액 76조원을 기록했으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첫 성적표를 받았다.
유독 LG CNS에 대한 실망감이 큰 건 공모주 시장 반등의 필요성이 컸던 탓이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흥행이 상장 후 높은 주가를 보장하진 않지만, 시장 우려와 달리 수요예측이 흥행하고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되면서 LG CNS가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LG CNS의 주가 하락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공모가가 기업 가치 대비 높게 설정됐다는 근본적인 원인에서부터 의무보유 확약(락업)을 건 기관이 15%에 그치고 상장 직후 유통 가능 주식 비중이 28%에 달하는 등 물량을 던진 기관들이 개인투자자들 투심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전체 공모 물량 중 절반이 구주매출이었던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에 기관투자자들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공모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충분한 물량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모가를 높게 적어냈다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이 아무리 수익률이 좋아도 규모가 작다보니 코스피 상장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비교하면 현저히 작다는 설명이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케이뱅크처럼 흥행이 정말 안 될 것 같다 싶은 기업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공모가를 높이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밴드가 8000원~1만원이라 치면 1만1000원 써냈다가 공모가가 1만2000원 되며 물량을 못 받은 경우가 몇 번 있었다"며 "펀드 규모가 클수록 판매사에서 왜 물량을 못 받았냐고 컴플레인이 들어오기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가격을 높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핵심 원인이 무엇이든 우려의 시선은 개인투자자들의 이탈로 향하는 분위기다. 공모주가 등락을 거듭하는 시클리컬 주식이라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를 포함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며 공모시장이 예전만큼 올라오지 못할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작년 국내주식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3% 줄어든 반면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39% 늘어났다. 공모주 시장의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도 줄어들고 있다.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1분기 1797 대 1, 2분기 1482 대 1에서 3분기 878 대 1, 4분기 532 대 1로 점점 낮아졌고, 이어 올해 1분기에는 384 대 1로 떨어졌다.
이제 공모주 개인투자자들의 학습효과가 생긴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오히려 현재의 시장 상황이 '정상'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시장에 정보가 거의 공유돼 있지 않는 공모주는 사실 코인과 비슷하다고 본다"며 "오랜 기간 공모주 펀드를 운용했지만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를 개인이 받아내고, 실체 없는 스팩(SPAC)주가가 두 배 뛰는 등 개인들이 왜 학습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이제야 학습효과가 생기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고민은 깊어만 진다. 환매청구권 행사 등으로 인한 손실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시장 이탈은 치명적이어서다. PB센터를 통한 자산가들의 공모주 투자와 온라인 일반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모두 증권사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IPO제도 개선방안'또한 부담이다. 기관의 의무보유 물량이 40%에 미달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상한 30억원)를 6개월간 보유해야 하는 데다, 공모가와 사전취득시 취득가격의 괴리율이 30%만 돼도 주식을 의무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괴리율 50%가 기준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LG CNS에 거는 기대가 높았는데 석연찮은 결과를 받아들여서 골치가 아파졌다"며 "당장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공모가 산정부터 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