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로 이동하는 은행 퇴직연금…날선 경쟁에 눈치보는 금감원?
입력 2025.02.11 07:00
    연초 되자 은행서 증권사 IRP 자금 이동 가시화
    각 금융사들 '1위' 수성 경쟁…'날세우기' 심화
    금감원도 '눈치'…취합 기준일 잡는 것부터 고민
    1월 말까지 '3개월' 추세 확인 후 발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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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수민 기자)

      실물이전 제도 도입 이후 은행과 증권업권 간 퇴직연금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연초 자금 이동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금융사 간 '날세우기'가 심화하자 금융감독원도 실물이전 공식자료 발표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실물이전 제도 도입 이후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178조7913억원으로 전년 말(155조3394억원)대비 15.1% 증가했다. 

      증권사는 은행보다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 증권사 14곳 퇴직연금 잔액은 103조925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9.8% 늘어났다. 전분기(96조5328억원)과 비교하면 1분기 만에 7조3979억원(7.7%) 증가했다.

      이처럼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과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액 모두 증가 추세를 나타냈지만, 올초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퇴직연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면서 은행권 퇴직연금이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 자금이 은행에서 ETF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증권사로 많이 움직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은행에서도 각사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IRP 중심으로 퇴직연금 잔액이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일부 은행은 비교적 선방했단 평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ETF 거래 수수료 혜택 등을 제공한 일부 은행에서 비교적 자금 이탈이 덜했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도입하면서 업계에선 은행권 퇴직연금이 보다 수익률이 높고, 실시간 ETF 거래가 가능한 증권업계로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 유명 모델을 섭외해 퇴직연금 광고 총력전을 펼쳐 왔다.

      각 업권이 마케팅에 수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총력전'을 펼치자 금감원도 실물이전 관련 자료 발표에 조심스런 분위기다. 앞서 금감원 통합연금포털에서 지난해 말 기준 DC, DB, IRP 적립액이 공개되긴 했지만, 금감원이 발표하는 '공식 자료'가 실질적인 성적표가 될 수 있단 평가다. 

      이렇듯 여러 금융사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만큼 금감원도 자료 발표를 앞두고 기준 시점을 정하는 문제부터가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어느 시기를 기준점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각 업권별 적립액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자료를 공개할 경우 마케팅 영향을 제거한 순수한 자금 이동 흐름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울러 연말에는 회사들의 DB형 불입이 많아 자금이 늘어나는 등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사항 중 하나였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1월 말을 기준으로 공식 자료를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 각 업권이 열을 올렸던 마케팅 효과를 제거하고 실물이전 효과를 살필 수 있는 데다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10월부터 3개월 동안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료에서 금융사 이름을 직접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란 설명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특정 은행이나 증권사에 자금이 유입됐다는 내용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