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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찬 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라는 증권가의 격언은 옛말이 됐다.
정부는 '깜깜이 배당' 관행을 없애겠단 취지로 '배당 선진화 제도'를 도입했고, 주요 기업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적용하면서 연말에 배당주에 투자자들이 몰리던 모습은 사라졌다.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약 한 달여 앞둔 2월 초. 기업들이 배당 규모와 권리 주주를 확정하기 시작하면서 기관들의 배당주에 대한 주목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책을 강화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최고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3개년 주주환원책을 강화했다. 과거(2022~2024년) 1200원이던 고정배당금을 1500원으로 상향했고, 재무건전성 목표(Net Cash 전환과, 적정 수준 현금확보)를 달성할 경우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에서 추가 환원책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1305원으로 전년(300원) 결산 배당금액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규모 역시 크게 늘렸다. 회사가 확정한 지난해 결산배당 금액은 보통주 1주당 5000원으로, 전년(3500원)에 40%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회사는 전년 대비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를 2배이상 확대한다는 밸류업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자 만년 저평가 꼬리표가 붙어있던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모처럼 상승하며 3년새 신고가를 눈앞에 뒀다.
삼성화재는 최근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로 확대하고 자사주 보유 비중을 5% 미만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빠져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발표 직후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금융사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은데, 특히 증권사에 주목도가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도 기관투자자들이 배당주에 관심이 높았던 건 사실이다. 투자 자산에 대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전략적으로 운용한다면 시세차익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종목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과거 배당주에 대한 관성적인 투자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증시에 대기하고 있는 큰 손들의 자금이 오갈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한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현실화했다. 국내 증시는 사실상 외부 변수에 눈치만 보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삼성전자마저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주도권을 쥔 산업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업황의 직격탄을 맞은 화학사들, 한 때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2차 전지 기업들은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그렇다고 현금을 차곡차곡 쌓아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응이 가능한 그룹도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현금을 쓸어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차마저도 이미 미국발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역대급 실적이 무색하게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조선 관련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는 있으나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이미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높은 밸류에이션을 형성돼 있다. 'K-바이오'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직까지 투자자들의 신뢰를 형성하지 못한 기업들이 상당수다.
기대보단 우려가, 가능성보단 불확실성이 주요 키워드가 된 한국 증시. 성장주, 가치주 심지어 테마주란 단어까지 사라진 상황에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배당 많이 주는 기업'을 찾아다니는 모습은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입력 2025.02.11 07:00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2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