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해당 금액 고수…'시장 가격' 주장할 듯
어피니티 컨소 측과 가능한 최저치 결국 24만5000원
'최대로 낮추려는' 노력?…FI "뭐가 됐든 빨리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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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투자자(FI)들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어펄마캐피탈 측 투자금을 먼저 상환했다. 어펄마와 증권사 측으로부터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를 ‘19만8000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이번 거래의 핵심으로 꼽힌다.
신 회장이 다른 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EQT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과의 풋옵션 가치 산정 절차에 해당 금액을 ‘적정 시장가격’으로 활용할 공산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분쟁이 여전히 진행중인 가운데, FI들은 신 회장이 빠르게 감정평가보고서를 작성해 가격 산정 절차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10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회장은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약 2000억원을 조달해 어펄마가 보유 중인 지분 전량(5.33%)을 되사기로 했다. 각 증권사가 절반씩 자금을 대는 구조다.
조달에 앞서 신 회장 측은 어펄마가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 5.33%를 2162억원에 되사오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을 매입하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33.7%에서 39%까지 늘게 된다.
신 회장과 어펄마 측이 합의한 주당 19만8000원 가격은 교보생명이 지난 2023년 8월 골드만삭스로부터 매입한 자사주 가격과 같다. 지난해 3월에는 일본 메이지야스다생명도 같은 값에 교보생명 지분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별도로 외부 기관을 통한 가치 평가 등을 거치지 않고 2023년 거래된 19만8000원을 ‘시장가격’으로 산정해 딜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 구조는 앞서 FI들이 자금을 조달한 일반적인 담보대출 구조다.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가운데 일부를 담보로 잡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주식담보대출과 구조화 방식을 이용한 대출이다.
앞서 메리츠증권 등도 신 회장과 자금 조달 논의에 나선 바 있지만, 담보인 신 회장의 지분가치에 대한 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진행되지 못했다. FI들과의 분쟁도 진행 중이고, 특히 IFRS17 도입 이후에 보험사 실적이 출렁거리고 건전성 비율인 킥스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다 보니 지분가치 평가가 더욱 어려워진 면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번에 자금을 대는 증권사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치 산정에 접근한 것이란 분석이다. 대출 조건 또한 현재 선순위 인수 금융 수준에서 통용되는 금리 조건이 적용됐다. 신 회장 측이 자금 조달에 앞서 먼저 어펄마 측과 합의가 된 점, 규모가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만큼 크지 않은 점이 고려되며 딜이 성사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중재 판결이 2차까지 나왔고 어쨌든 풋옵션 자체가 유효하다는 사실을 모두 인지한 상태라 신 회장 측도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합의하려는 입장을 고려해 딜이 진행됐다”며 “남은 FI들과의 문제도 결론이 난다면 이를 위한 펀딩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 측이 어피니티 측에 제시할 감정평가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이번 어펄마와의 협상 단가인 19만8000원을 ‘시장 가격’으로 내걸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신 회장 측은 풋옵션 행사가가 20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신 회장 측은 감정평가인으로 EY한영으로 선임했고 아직 평가보고서는 내지 않았다. 신 회장은 가치 산정에 2~3개월 가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속적으로 신 회장 측이 19만8000원 활용하는 것은 최대한 ‘최저 수준’으로 가격을 판정받기 위한 움직임이란 평이다. 신 회장 측이 풋옵션 행사가를 얼마로 제시하든 최종 행사 가격은 24만5000원 밑으로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신 회장 측이 EY한영을 통해 제시하는 새 가격이 컨소시엄 측 가격(41만원)과 10% 이상 차이 나면 제3의 외부 평가기관이 가격을 재산정해야 한다. 만약 다시 산정되는 가격이 24만5000원보다 낮다면 최종 풋옵션 행사가는 24만5000원으로 결정된다. 즉 신 회장은 최종적으로 30만원의 가격이 결정되면 주당 30만원에 되사야 하고, 24만5000원보다 낮게 나온다면 24만5000원으로 되사야한다.
쉽게 말해 ‘19만8000원’이 시장가격으로 고려될수록, 신 회장 입장에선 현재로서 ‘최저’ 합의점인 24만5000원에 근접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신 회장이 제3의 평가기관의 평가보고서를 부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과거 신 회장이 FI가 제시한 가치평가를 두고 회계법인, FI 담당자들과 형사소송을 벌인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과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FI 측에서는 신 회장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FI 컨소시엄 측은 어펄마 측과 분쟁이 해결이 된 상황에서 신 회장 측이 빠르게 가치 산정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분위기다. 이들은 “신 회장이 생각하는 가격이 어떤 것이든, 일단 빨리 재판부에 가격 산정을 내고 판결을 받자”는 입장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어펄마와 어피니티 측은 투자 규모나 논의 상황이 달라 직접적으로 비교는 어렵지만, 일정부분 정서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다"며 "어피니티 컨소시엄(41만원)과 신 회장(19~20만원)은 사실상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신 회장이 평가보고서를 제출한 후 절차에 따라 판결을 받고, 이를 양 측이 받아들여야 해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