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당하지 않겠다" 살벌한 ETF 보수인하 경쟁…미래에셋·삼성에 이어 KB도 고민
입력 2025.02.10 07:00
    미래에셋 이어 삼성도 인하 '맞불'
    운용사들 연초부터 치열한 탐색전
    삼성 대응에 KB도 인하 발표 전망
    투자자 부담 줄지만 부작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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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ETF 시장에서 보수인하를 둘러싼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업계 최저' 타이틀을 노린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미래에셋운용이 첫 포문을 열자 삼성자산운용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업계 1·2위의 보수인하 경쟁이 펼쳐지면서 다른 운용사들도 조만간 수수료 인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7일 삼성운용은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 등 2종의 미국 주요 지수 ETF의 총보수를 0.0099%에서 업계 최저인 0.0062%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에 이어 다시 한번 총보수율을 낮추면서 업계 최저를 유지하게 됐다.

      앞서 하루 전인 6일 시장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운용이 미국 지수 추종 ETF 2종(TIGER 미국S&P500·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운용수수료와 기타운영비용)를 기존 연 0.07%에서 10분의 1 수준인 0.0068%로 전격 인하하면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운용은 1위 삼성운용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대표 상품의 수수료를 대폭 낮추며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2%p대로 좁혀지며 접전이다. 지난해 4월에는 삼성운용이 먼저 미국 주요 지수 ETF의 총보수를 0.05%에서 0.0099%로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미래에셋운용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올해 '2차' 보수인하 경쟁에 앞서 운용사들의 치열한 탐색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사들은 연초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검토했고, 각각 차별화 전략을 고민했다. 경쟁사보다 먼저, 더 큰 폭의 수수료 인하를 준비하는 게 관건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부터 주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총보수 인하를 검토한다는 후문이 업계서 빠르게 확산된 바 있다"며 "총보수를 얼마나 내릴 건지, 언제 발표할 건지를 두고 정보전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각 사들이 정보 취합에 민감했다"고 말했다.

      삼성운용은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 입법예고로 분배금 자동 재투자(TR)구조를 더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보완할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삼성운용의 대폭적인 수수료 인하 이후 투자자들의 보수 인하 요구를 받고 있었다. 3위 KB운용 역시 턱밑까지 추격해온 한국투자신탁운용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보수 인하를 검토해왔다.

      눈치싸움 끝에 미래에셋운용이 가장 먼저 보수 인하에 나섰고. 삼성운용은 곧바로 미래에셋운용이 발표한 총보수보다 더 낮은 보수를 공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초 운용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총보수의 수준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업계에선 KB운용도 총보수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파격적인 보수 인하가 이뤄진 만큼, 투자자들에게 의미 있는 인상을 남기기 위해선 이들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의 보수율을 제시해야 할 것이란 평이다.

      이 같은 운용사간 치열한 보수 경쟁을 두고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투자자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보수 인하에 동참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결국 운용사 간 경쟁력 격차가 커지면서 ETF 시장이 일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상품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의 보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결국 갈수록 투자자들이 보수인하에 느끼는 매력도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인하 경쟁이 지속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품 라인업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수 인하 경쟁이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