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5조 실적 내고도 주가 하락? '최대 이익'인데 주주는 '아쉬움'
입력 2025.02.10 07:00
    최초 '5조 클럽' 선언에도 이튿날 주가 6.70% 하락
    CET1비율 하락폭 높아지면서 주주환원 '찔끔'
    투자자 설득 부족한 IR도 주가 하락에 영향
    은행 실적도 '뒷걸음질'…충당금 부담 해결책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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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이 지난해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원을 넘어서면서 '5조 클럽'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같은 실적발표 이후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 모양새다. 주주환원 내용에 대한 실망감과 더불어 올해 충당금이나 자회사 성장 전망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 5일 실시한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 설득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해 5조78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5조 클럽'에 진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5% 늘어난 수치로 금융지주 중에서 순이익이 5조원을 넘어선 건 KB금융이 최초다.

      그러나 이같은 호실적에도 KB금융 주가는 실적발표 이후로 맥을 못 추는 추세다. 실적발표일(5일) 종가 기준 9만1000원이었던 주가는 발표 다음날인 6일 8만4900원으로 6.70% 하락했고, 7일에도 8만6000원으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KB금융의 주가 하락폭은 실적 발표 이후 타 금융지주 주가 추이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컸다. 지난 6일 실적을 발표한 신한지주 주가는 다음날 1.5% 하락하는 데 그쳤고,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실적 발표 이튿날인 5일 0.48% 상승했다.

      이처럼 KB금융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건 '주주환원'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란 분석이다. 

      KB금융은 앞서 총주주환원율 목표치 대신 보통주자본(CET1)비율과 연동한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KB금융의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이 타 지주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CET1비율은 전분기(13.84%)대비 33bp(1bp=0.01%포인트)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자본비율이 하락하자 KB금융이 내놓은 주주환원 계획도 시장 기대를 밑도는 수준에 그쳤단 평가다. KB금융은 상반기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1조7600억원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1조원 가량의 자사주 소각을 예상했던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돈 수준이었다. 

      지난해 KB금융의 연간 총 주당 배당금은 3174원으로, 2023년 대비 3.7% 올랐다. 이는 하나금융의 연간 주당배당금(3600원) 및 전년대비 증가율(5.9%)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또한 타 지주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 총주주환원율은 약 39.8%로 전년대비 1.8%포인트 올랐다. 다만 이는 같은 기간 하나금융(4.8%p), 신한금융(3.6%p) 대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수치 또한 신한금융(39.6%)에 뒤쳐졌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는 등 비우호적인 환경이긴 했지만 위험가중자산 관리 노력이 경쟁사보다 미흡했다"라며 "금번 발표한 자사주 5200억원은 RWA의 0.15% 수준으로, CET1비율이 5bp만 움직여도 자사주 매입 규모가 1500억~2000억원 가량 변동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 5일 열린 KB금융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주주환원 정책 및 자본관리 정책, 성장 전망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주주환원 감소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IR을 주도한 나상록 KB금융 CFO는 KB금융의 전년대비 주주환원율이 줄어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주주환원은 1차, 2차에 나눠서 두 번에 걸쳐 진행되지만 2차 주주환원시점에 대해 유연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주주환원율 측면에선 2024년도 주주환원율보다는 올라갈 걸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 주주환원 정책 및 올해 성장 전략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주게시판에서는 KB금융 주주환원정책 관련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주주는 "실적은 좋은데 주주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는 "점점 주주환원비율이 높아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꺾였다"라며 "하나나 신한 총주주환원율 증가폭이 더 컸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 실적까지 뒷걸음질치면서 하락폭이 더욱 거세졌단 평가다. 지난해 국민은행 순이익은 3조2518억원으로 전년대비 0.3% 줄어들었다. '리딩뱅크' 신한은행과 순익 격차는 4400억원으로 벌어졌다.

      은행 순익이 전년대비 줄어든 건 ELS 충당부채 뿐만 아니라 높은 충당금 부담 또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민은행 충당금 전입액은 6801억원으로 같은 기간 신한은행(3852억원) 및 하나은행(3995억원)과 비교해 2배 수준에 달했다.

      높은 수준의 대손충당금 부담은 지주 실적에서도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를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컨퍼런스콜에서도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나온 답변은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취지에 그쳤다. 

      컨퍼런스콜에 참여한 염홍선 KB금융 CRO는 올해 경상적인 대손비용률 수준에 관한 질문에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부동산PF나 해외부동산 관련 여러 악재 요인이 남아 있다"라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고 환입 요인도 있겠지만 올해까지는 더 준비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고 충분히 보수적인 수준의 가이던스라고 이해해 달라"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런 설명이 오히려 불만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타 금융지주보다 주주환원 규모도 작은 상황에서 충당금마저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설명이 말이 되느냐"라며 "IR에서 충분히 투자자를 설득하기는 커녕, 같은 설명만 반복하고 있으니 실망감만 가중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