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구원투수' 메리츠證, 범죄 연루된 M캐피탈 대출로 8개월 만에 '200억' 잭팟
입력 2025.02.10 07:00
    MG, 3월 이사회서 M캐피탈 유증 논의할 듯
    유증 대금 메리츠證 대출 재구조화 활용
    금리 8.5%·수수료 2%…8개월 만 196억 수익
    뒷말 무성했던 대출…'메리츠가 메리츠했다'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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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캐피탈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난해 메리츠증권이 집행한 대출에 대한 재구조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구조화를 통해 메리츠증권이 빠르면 8개월 만에 약 200억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거래로 메리츠증권의 이른바 '21세기형 고리대금업자'라는 평판이 또다시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오는 3월 초 이사회를 열고, M캐피탈에 대한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규모는 약 1000억원 안팎으로 관측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신용평가사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당국의 규제비율을 준수하기 위함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는 평가다. 현재 M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인데, 이는 지난달 8일 새마을금고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등급전망이 조정된 영향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 신용등급은 최대 1노치까지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마을금고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일부를 지난해 M캐피탈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받은 대출 재구조화에 활용할 복안이다. 당시 메리츠는 M캐피탈이 사모펀드 운용사 ST리더스의 비리ㆍ범죄 혐의에 연루된 상황에서 사내 우량자산 대부분을 양도담보로 잡고 8.5%라는 고금리로 대출을 진행했다. 이 투자로 메리츠는 '범죄연루 상황에도 아랑곳 않는 자본시장의 샤일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는 현재 M캐피탈의 조달 금리와 비교할 때 상당한 수준의 부담을 주고 있다. 실제로 M캐피탈이 가장 최근 발행한 회사채 금리를 살펴보면, 만기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지만 최대 4.967%로 5% 미만 이자율에서 발행이 이뤄졌다. 새마을금고가 M캐피탈 인수 절차에 착수한 이후 조달 금리가 점차 인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8.5%의 높은 대출 금리는 새마을금고 입장에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3월 중 이사회에서 M캐피탈에 대한 유상증자 결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해당 자금 중 일부는 메리츠증권 대출 재구조화에 사용하기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M캐피탈은 유동성 이슈가 불거졌던 지난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총 28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받았다. 구체적으로 5월 28일 1000억원, 6월 19일 1000억원, 6월 28일 500억원, 7월 24일 300억원이다. 그러면서 약 6977억원에 달하는 투자 자산을 양도담보 형태로 잡혔다. 이에 당시 M캐피탈이 사실상 '빈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금리는 8.5%대에 신용등급 하향 등 변동이 있을 경우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새마을금고가 M캐피탈 인수를 결정하며 추가 등급 하향은 없어 스텝업 조항은 발동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조기상환 수수료다. 현재 대출 계약의 만기는 3년인데, 1년 이내 전액 상환시 2%, 1년 이후 전액 상환시 1%의 수수료가 붙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일 새마을금고가 3월 중 M캐피탈 유상증자를 확정 짓고, 마련한 자금을 활용해 대출금을 전액 상환할 경우 메리츠증권이 수취할 이자 수익은 약 19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현재 외부에 알려진 대출 조건을 토대로 단순 계산했을 때의 숫자라 실제와 다소간 차이를 보일 수 있겠지만, 메리츠증권이 8개월 남짓한 단기간에 고수익을 거둘 것이란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 평가다.

      새마을금고가 전액 조기상환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일부만 상환한 뒤 조건을 다시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유상증자 규모와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고, 대출 조기상환에 대해서도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무성한 뒷말을 남기긴 했지만 결국 큰 수익을 올린 '메리츠식 영업'을 두고 '메리츠가 메리츠했다'란 평가가 나온다.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지난해, M캐피탈은 타 금융기관들에도 대출 의사를 타진했지만 다들 고사한 바 있다. GP(운용사)인 ST리더스PE가 범죄혐의에 연루된 탓에 수익과 무관하게 내부 지침상 투자가 불가능했던 까닭이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M캐피탈 자금 지원을 발표하며, 보도자료를 통해 ▲비올 때 우산 씌워주는 금융사 ▲캐피탈업계의 유동성 위기를 조기진화하기 위한 구원투수 ▲메리츠금융그룹이 국내 기업이나 산업의 유동성 위기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처음이 아니며 ▲업계에서는 롯데그룹과의 협업은 메리츠가 스텐트 역할을 해 자금시장의 돈맥경화를 해결하고 시장을 선순환하게 한 대표적 사례라고 보고 있다며 '자화자찬'(?) 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타 증권사였다면 투심위(투자심의위원회) 통과가 어려울 법한 건들도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러한 공격적인 영업 관행이 메리츠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수익성과 그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애둘러 평가했다.

      한편 현재 새마을금고의 M캐피탈 인수 절차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TF팀을 만들었고, 약 6명의 인력이 M캐피탈에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기업결합승인 심사 이후 3영업일 이내 주식매매 대금이 지급되면 인수가 마무리되고, M캐피탈은 새마을금고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