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는 센트로이드를 저지하고 테일러메이드를 싸게 살 수 있을까
입력 2025.02.10 07:00
    센트로이드PE, 테일러메이드 매각 본격화
    성공시 수천억원 규모 성공보수도 예상
    F&F "내 동의 없이 매각 불가" 강경 대응
    우선매수권보다 싸게 인수할 의도로 평가
    감독당국 유권해석 넘어 법적공방 갈수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골프브랜드 테일러메이드를 둘러싼 '최대 5조원' 거래가 운용사(GP)와 투자자(LP)의 갈등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운용사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센트로이드)는 '법대로 가자'며 제3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가장 많은 투자금을 댔던 패션기업 F&F는 "내 허락 없이 마음대로 팔수 없다"며 매각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이들은 동일한 사모펀드에 각각 '운용사'와 '투자자'로 참여한 터라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함에도 불구, 갈등을 빚고 있다. 

      근본원인은 F&F가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이익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낮은(?) 가격에 테일러메이드의 '새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데서 비롯된다. 여기서 양측이 체결한 '동의권'이라는 사적계약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얼마나 법적 실효성을 지니는지로 이어진다.  

      센트로이드 명운이 달린 테일러메이드 매각, 성공시 '대박' 예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이 제3자 매각을 통한 회수 적기다"

      최근 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 펀드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 요지다. 2027년 펀드 만기를 앞두고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센트로이드는 제3자 매각이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회수 방안이며, 나스닥 IPO(기업공개) 진행 시 주가 변동 리스크로 회수가치가 불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최상위권 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적시했다. 

      아직 매각주관사 선정 등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투자업계는 테일러메이드에 관심을 보이는 '인수후보'가 윤곽을 드러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로 인해 펀드 만기가 남았지만 본격 매각을 태핑하기 시작했다는 것. 

      거래가 원만하게 성사될 경우, 센트로이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성공보수(Carried Interest)를 받아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센트로이드가 2021년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금액은 17억달러. 당시 환율 기준으로 한화 약 2조원 가량이다. 이후 글로벌 골프산업이 침체기를 겪었음에도 불구, 테일러메이드 실적은 급상승했다. 1억 달러 수준이었던 상각전 이익(EBITDA)이 2.2억달러(작년 추정치)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인수 당시 적용된 멀티플 (EV/EBITDA)보다 낮은 배수를 적용해도 이익이 급등한터라 4조원, 많게는 5조원까지 매각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원화로 환산하면 달러값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도 예상된다.

      단순 계산으로, 2조원을 투입해 4~5조원을 벌게 되는 거래다. 여기에 인수할 때 빌린 은행대출 1조원을 갚아버리면 수익률은 더 오른다. 실질적으로는 1조원을 투자해 3조~4조원을 받아내는 거래다. 내부수익률(IRR) 8% 이상에 대해 성공보수를 받는다고 감안할 경우, 4년 내외 투자기간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소위 기록적인 성공보수가 센트로이드에게 돌아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그간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인수 대출을 국내은행에서 글로벌 은행으로 바꾸면서 이자부담을 감내했다. 국내 PEF시장에서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테일러메이드 매각은 이런 상황을 일거에 해결할, 회사로서는 한 치 양보하기 어려운 명운이 걸린 거래에 해당된다.

      억울함 호소하는 F&F, 우선매수권보다 '저가인수' 목표?

      F&F는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가장 많은 투자금을 댔다. 은행 대출을 제외한 투자금을 F&F와 새마을금고 두 곳이 거의 대부분 냈다. 농협중앙회 등 몇몇 금융회사도 참여했으나 금액은 극히 일부다. 

      투자금 조성과정은 다른 회사(더네이처홀딩스)가 참여하기로 했다가 발을 빼는 등 각종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센트로이드가 F&F를 찾아갔고, 뒤늦게 참여한 F&F는 메자닌과 보통주(후순위) 등에 모두 자금을 대며 여러 권리를 받았다. 여기에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과 '동의권'이 포함됐다.

      우선매수권은 사모펀드 투자에서 통상적인 권리에 해당된다. 센트로이드가 나중에 테일러메이드 매각 입찰을 진행, 최고가격을 받아낸 후 "이 가격에 인수할 생각이 있느냐"라고 F&F에 물어보게 된다. F&F가 이 가격을 받아들이면 입찰자를 제외시키고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대신 F&F는 그만큼의 돈은 지불해야 한다. 센트로이드로서도 동일한 가격을 받게 되니 손해보는 일은 없다. 

      문제는 동의권. F&F는 회사매각이나 기업공개(IPO), 혹은 이사 선임 등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사전 동의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경우 매각 입찰에서 제 아무리 높은 가격이 나왔어도 F&F가 반대하면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를 제3자에게 팔 수 없게 된다. 다만 이 동의권이 합법적인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사모펀드 운용에 있어 투자자(LP)가 운용사(GP)의 행위에 간섭하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F&F는 일단 억울함을 호소한다. 

      F&F는 "(동의권의) 불법성에 대해 깊이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고 당사의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전제로 우선매수권과 동의권을 보장한 센트로이드의 말을 믿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F&F는 "당시 투자를 적극적으로 먼저 권유해 온 곳은 센트로이드였다"며 "본인들이 투자 기한이 임박해서까지 투자금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하고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니 당사에 여러 권리를 먼저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트로이드가 이런 형태로 F&F에 펀드 투자자로서 참여를 유도한 것 자체에 일종의 '고의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미인 셈이다. 

      아울러 F&F는 "이런 조건으로 당사의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인수가 가능하다고 해서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던 것이며, 아니면 처음부터 투자를 안했다"며 "그러니 센트로이드가 확약한 바에 따라 당사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라고 밝혀왔다. 

      사실 표면상 양측 이익은 일치해야 한다.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제3자에게 높은 가격에 팔면 투자수익은 그대로 F&F에게 귀속된다. 일례로 5조원에 팔렸다고 가정할 경우. 5000억원을 투자했다면 무려 2조원에 가까운 돈이 F&F에게 귀속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F&F가 이번 매각에서 '동의권 여부'를 따지는 이유는 결국 우선매수권 행사와 비교해서 좀 더 낮은 가격에 경영권을 인수하고 싶어하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F&F가 펀드 출자자(LP)로 참여했지만 테일러메이드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자처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문제로 센트로이드와 적지 않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사모펀드 투자자 입장에서는 인수금융(대출)을 그대로 유지해야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데, F&F는 오히려 인수금융을 빨리 갚고 차라리 자사로부터 추가 증자를 받으라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은 추가 분담금도 내야 하고, 수익률을 떨어뜨리다보니 이런 방식을 잘 검토하지 않는다. 

      센트로이드 측 주장도 이와 맞닿아 있다.

      센트로이드는 "제3자 매각 진행시 우선매수권 행사를 통해 경영권 인수가 가능하다"며 "F&F는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지, 아니면 (우선매수권을 사용해) 경영권을 인수할 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센트로이드는 "이렇게 F&F에게 선택권이 모두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 F&F가 동의권 행사로 제3자 매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은 저가 인수를 통해 자기 이익만 주장하고 다른 투자자 이익을 훼손하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예견된 갈등…위법성 논란 넘어 법적공방 갈수도 

      이번 갈등은 처음부터 예견됐다는 평가다. 

      F&F는 테일러메이드 지배 목적으로 만든 특수목적회사(SPC) '19th Holdings Cooperatief U.A.'에 주주로 참여하지 않고, 센트로이드가 조성하는 펀드에 유한책임사원(LPㆍLimited Partner)으로 참여했다. 즉 시작부터 직접적인 '주주'가 아닌 단순히 자금만 내는 '투자자' 지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LP가 투자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F&F가 진정한 SI였다면 SPC에 투자했어야 했는데,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복잡한 구조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테일러메이드와 자주 비교되는 타이틀리스트(아쿠쉬네트) 인수의 경우. 최종적으로 주인이 된 휠라코리아는 미래에셋ㆍ우리블랙스톤ㆍ네오플럭스 등 사모펀드들과 처음부터 동등한 지위에서 단순 출자자가 아닌, SPC 주주로 참여해 수익보장과 지분인수 등 여러 권리를 합법적으로 보장 받았다.

      향후 양측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F&F는 "센트로이드가 (다른 투자자에게) 우선매수권에 대해서는 언급했으나 동의권 보유사실은 고지하지 않았고, 제3자매각을 추진할 경우 당사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이 침해되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센트로이드는 동의권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위법성과 적용범위를 달리 해석한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사항은 전적으로 업무집행사원(GP)인 센트로이드가 행사하며 일부 사항에 대해 동의권을 인정한 것이다"라며 "GP의 권한과 의무 범위 내에서는 동의권이 인정되어 왔고 동의권 부여자체가 자본시장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매각 여부를 결정할 수준의 동의권을 주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우선매수권도 행사하지 않고 매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업무집행사원으로서 모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할 방안을 강구, 회수절차를 완료하겠다"며 추가 대응도 예고했다. 

      감독당국의 개입여지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동의권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건이 이관되면 GP 조사 담당인 금융투자검사국과 자산운용감독국 펀드심사팀이 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위법성에 대해 일반적인 유권해석을 해줄지언정, 이번 사태에 어느 한 편의 손을 공식적으로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금감원 관계자는 "PEF는 사적자치 영역이 강해 규제가 많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법규 위반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지리한 법정공방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른바 F&F가 법무법인을 선임해 법원에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하는 식이다. 센트로이드는 이런 리스크가 있음을 감내하고 매각을 진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