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이랑 상황 다른데?"…매그나칩 매각 재추진 소식에 시장은 고개 갸웃
입력 2025.02.07 07:00
    LG반도체서 새 주인 찾지 못한 마지막 사업장
    전방 기대감은 물론 고객 기반까지 축소
    "크로스보더 딜 어려워져 현실적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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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매그나칩반도체가 4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인수합병(M&A) 업계가 현실화 여부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과거 LG반도체에서 떨어져 나온 뒤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마지막 사업장인데 국내에선 마땅한 인수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매그나칩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차량용 전력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주력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전신은 종합반도체기업(IDM)이던 LG반도체였다. 외환위기 당시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며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고, CVC캐피탈이 다시 아날로그 반도체와 8인치 파운드리(비메모리 위탁 생산) 사업을 인수하며 현재의 매그나칩이 설립됐다.

      매그나칩은 2011년 국내 기업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직상장했다는 타이틀을 쥐고 있으나 이후로 10년 넘게 새 주인을 찾는 여정을 거듭한다.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 2020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알케미스트를 거쳐 2021년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반도체) 품으로 돌아갔다. 사실상 DDI나 전력반도체 생산 같은 아날로그 사업만 남게 된 형국이다. 

      10여년 전부터 중국 반도체 기업이 매그나칩에 관심을 보여왔으나 현재는 경로가 완전히 닫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21년 중국계 PEF 와이드로즈캐피탈이 14억달러(당시 원화 약 1조6000억원)에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이 반대하며 무산됐다. 갈수록 반도체 M&A가 기업결합 장벽을 넘기기 힘들어지는 가운데 특히 중국계 자본은 매그나칩 인수에 참여할 수 없게 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언론 보도를 통해 4년 만에 새 주인을 찾는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현 시점에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라는 반응들이 나온다. 두산, LX그룹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지만 4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바뀐 탓이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도 지난 수년 확장한 반도체 포트폴리오에서 고객사 사정 등으로 변수가 많이 생겼고, 다른 대기업도 당분간 섣불리 M&A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일단 매그나칩 매각설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지만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4년 전만 해도 매그나칩이 파운드리를 떼고도 조 단위 몸값을 인정받는 것을 수긍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주기가 엉키고 공급망 혼란까지 불거지며 8인치 팹(fab)은 물론 아날로그 반도체 전반이 품귀를 빚었기 때문이다. 당시엔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가득했다. 차량 전동화와 함께 DDI나 전력반도체와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 전방 시장이 크게 열리는 듯한 시기였다. 

      현재는 전기차 판매도 주춤한 데다 TV, 스마트폰 등 디스플레이 산업도 성장 한계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많다. 오히려 지난 수년 전방 시장 성장세를 보고 달려든 기업이 많아 경쟁 강도만 높아진 구도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DDI 공급사 역시 고부가 업종이 아니면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그나칩은 핵심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력 관계에서도 변화를 겪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DDI 공급망을 새로 꾸리는 과정에서 매그나칩 공급 물량이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매그나칩은 2023년부터 DDI 부문 실적이 급감하며 중국 시장으로 고객 기반을 넓히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다보니 현 시점에서 뜬금없이 매그나칩 매각이 흘러나온 데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티저레터를 만드는 등의 과정에서 나온 얘기가 아닌, 일부 외국계 IB가 두산 등 인수후보 관계자와 몇마디 얘기를 나눈 것이 와전 혹은 확장된 것이란 언급도 나오고 있다. 다만 팔리지 않던 매물이 갑자기 주목을 받으니 대주주도 마다할 이유는 없어서 정말 매각이 재추진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로 인해 올해 자문 실적에 대한 고민이 큰 투자은행(IB)들도 일단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다. 대기업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갈 것 같고 PE들의 관심도 제한적인데 크로스보더(국경간거래)도 쉽지 않은 국면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지금 매그나칩에 남아 있는 사업들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PE들도 어떻게 키워내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라며 "중국이나 인도에서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아볼 수는 있을텐데 기업결합 부담도 크고 환율이나 정국 불안 등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