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메타버스·전기차충전 수익성 확보 난항
AI플랫폼 '아이멤버'도 계열사 수익화는 과제
FI 투자금 상환 부담까지…실적 개선 압박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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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인공지능(AI)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IT 계열사인 롯데이노베이트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신년사와 사장단 회의를 통해 AI 내재화를 강조하며 힘을 싣고는 있지만, 롯데이노베이트의 메타버스와 전기차 충전 등 주요 신사업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사실 자회사들의 적자가 지속하는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 투자금 상환 부담까지 더해지며 롯데이노베이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지난 9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5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개최하면서 이례적으로 본회의에 앞서 9개 계열사의 AI 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AI 과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던 그룹이 AI를 통한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은 앞서 신년사를 통해 "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아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AI 내재화에 집중하자"고 주문한 바 있다.
그룹의 AI 드라이브 중심에는 롯데이노베이트가 있다. 지난해 3월 롯데정보통신에서 사명을 변경한 롯데이노베이트는 AI,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 신사업을 주도하는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의식주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중시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 인수 등 IT 사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 회장의 IT 사업 강화 의지는 최근 인사에서도 확인된다. 롯데정보통신 공채 출신인 노준형 전 롯데이노베이트 사장은 그룹의 AI 사업을 주도하며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이런 노 사장이 최근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 이동해 지주 사장까지 승진하며 그룹 전반의 구조조정까지 총괄하게 된 것은 신 회장이 그룹의 AI 전환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해석된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은 그룹의 다른 IT 관련 사업들이 줄줄이 실패하면서다. 이커머스 계열사 롯데온은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다 결국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이라는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현재 롯데그룹에서 유일한 IT 전문 계열사는 롯데이노베이트뿐이다.
하지만 롯데이노베이트의 성과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회사의 본업인 SI(시스템 통합) 사업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데, 그룹사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그룹 사정이 회사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롯데이노베이트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3.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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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들의 수익성 확보는 더욱 난제다. 메타버스 자회사 '칼리버스'는 지난해 8월 글로벌 출시 이후에도 메타버스 시장 침체 속에서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이브이시스(EVSIS)'도 전기차 시장의 캐즘(수요 정체기) 진입과 경쟁 심화로 고전 중이다.
올해 초 CES 2024에서 선보인 AI 플랫폼 '아이멤버'는 롯데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그룹사에 거의 무상으로 제공 중인 탓에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주요 신사업들이 전반적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디지털 전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롯데이노베이트에 대한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 없이 무한정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FI 투자금과 관련한 재무적 부담도 있다. 2022년 2월 이브이시스는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으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 투자를 유치했다. 계약 조건에 따르면 2027년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원금에 연 3%의 수익률을 더한 금액으로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이브이시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며 IPO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이 같은 상환 부담이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룹 전반의 긴축 기조로 SI 매출이 위축될 수 있는 데다 신사업들의 성과도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라며 "당분간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온 부진 이후 그룹 IT 사업의 마지막 보루가 된 롯데이노베이트가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며 "그룹이 신사업 강화를 위해 AI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열망이 강한 만큼, 노준형 사장의 지주사 이동은 결국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의 신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