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고위공직자 영입 지속…與-檢 대관 라인 개편 속도
입력 2025.02.06 07:00
    여권·법조계 인적 네트워크 확보
    미국 사업 대관 전략도 본격화
    "정치 지형 급변 상황서 유효 의문"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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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이 법조계 및 언론계 인사 영입을 통해 대관(對官)라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3남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정치권의 급격한 변화로 이 같은 전략의 유효성에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해 20여명의 전직 고위 공무원을 영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가정보원과 국무조정실 출신 등 10명을 영입했으며, 한화오션도 7명을 확보했다. 주영준 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이 한화퓨처프루프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고위직 영입도 이어졌다.

      이는 3년전부터 시작된 한화그룹의 대관라인 재편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2022년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시작으로 법조계 인사 영입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을 한화시스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명건 전 동아일보 국장은 오는 3월 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사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이태길 현 사장의 후임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태길 사장을 5년째 유임하며 신임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김동관 부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 일련의 대관 이슈 대응 과정에서 교체가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그룹의 대외 이미지 관리나 대외협력 등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한화그룹의 대관 업무도 일부 이 위원회를 통해 이뤄져 왔다. 

      재계에서는 이명건 신임 사장 영입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법조계 오랜 출입 경험을 바탕으로 현 정부와의 소통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방산·조선·에너지 등 현 주력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그룹의 이번 인사는 과거 대기업들의 언론인 영입 관행과도 맥을 같이한다. 국장급 언론인들의 대기업 이동이 한동안 뜸했으나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인데 한화그룹의 경우 곧바로 사장급으로 영입된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화그룹의 대관 수요는 국내외에서 급증하고 있다. 대미 로비 자금은 2023년 158만달러에서 지난해 391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와 한화큐셀의 조지아주 대규모 투자 등 미국 사업 확대가 주요 배경이다. 한화그룹은 한화큐셀아메리카를 통해 태양광뿐 아니라 방산·조선 분야까지 로비 활동 범위를 넓혔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현 정부에서 방산·조선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미국 조선소까지 보유하게 되면서 대관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향후 한화그룹 대관 전략의 실질적인 성과와 방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 출신 인사들의 영입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검찰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법조계 출신 인력들이 과거처럼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의 정치적 격변으로 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내부의 혼란과 탄핵 정국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여권 인맥 중심의 대관 전략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대관 임원은 "한화그룹의 대관 조직은 아직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치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의 대관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