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배터리 업계 보조금 의존도 2배 이상까지 늘어는데
3사 동반 적자 시기…공급과잉 해소까지 길면 5년도 거론 中
업계선 JV 투자조정 외 공장 매각 등 캐파 덜어낼 방안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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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에선 IRA 보조금을 당장 줄이긴 어려울 것이라 관측하고 있으나 확신은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슬슬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세웠던 공장 자산 등을 회수하는 등 선택지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평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 공약에 따른 재원 확보를 위해 IRA 프로그램 예산 삭감 등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 지출을 늘이지 않으면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IRA와 같은 정책 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취임 일주일도 되지 않아 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한 데 이어 보조금 문제까지 건드리는 등 악재가 빠르게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완성차 기업에 비해 배터리 산업의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올해까지는 버는 돈 이상으로 투자를 쏟아붓는 전략을 펼쳐왔던 데다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등 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금을 당장 폐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업계에서 파악은 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보조금 수혜를 독식하는 걸 싫어할 거라는 걱정이 사실 많다"라며 "이미 전임 정부 때부터 보조금을 고객사에 되돌려주고 있었다 보니 지금보다 더 박해질 거라는 전망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3사의 최근 실적 흐름을 살펴보면 보조금을 둔 불안감이 큰 이유가 잘 드러난다.
당초 첨단세액공제(AMPC)와 같은 보조금이 배터리 셀 업체의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5%포인트 수준이었다. 5% 정도의 수익성을 기록하면 AMPC를 수령해 6.5%가량 마진을 확보하는 식이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이 빠지고 판가가 하락한 데다 가동률까지 줄어들면서 영업수익에서 AMPC가 차지하는 비중도 대폭 불어났다. 매출이 줄고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보조금 의존도가 커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부터 보조금을 반영하면 흑자, 빼면 적자인 구도가 이어지다가 결국 4분기 3사가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북미에서 가장 큰 캐파(capa, 생산능력)를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영업이익률은 AMPC를 반영해 -3.4%를 기록했지만, 제외하면 -9.3%로 떨어진다. 투자가들은 LG엔솔 다음으로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SK온 역시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보고 있다. 보조금이 없다면 5~6%포인트가량 수익성이 하락해 두 자릿수 영업손실률을 기록하게 된다는 얘기다.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투자자를 유치하며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약속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 보조금 문제는 부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조금이 있어도 없어도 적자인 상황 자체가 미국 정부에 휘둘리는 근본적인 원인이니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금을 받자고 미국 현지 투자를 확 늘려버리면서 과거의 전통적인 완성차-부품사 간 갑을 관계로 돌아와버린 듯하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고객사는 물론 미국 정부에 대해서도 협상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대체 불가한 기술을 가졌거나 적자를 버틸 만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니, 이제 남아 있는 마지막 카드로 그간 깔아두었던 생산공장을 하나 둘 정리하는 정도가 거론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미 현지에서 국내 3사의 공급과잉 국면이 해소되기까지 길게는 5년 이상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3사가 캐파를 덜어내지 않고선 마땅한 협상력을 갖추기도 어렵고 적자를 견디지 못할 가능성도 갈수록 높아진다. 이 때문에 합작법인(JV) 투자 계획을 무르거나, 보유지분을 파트너에 넘기는 등 방식으로 각사 부담을 덜어내는 방안이 점점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