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도 옅어진 이재용 회장…이젠 정말 삼성전자 책임경영 할 수 있을까
입력 2025.02.03 17:00
    이재용 회장 항소심도 무죄 판결
    오너리스크 '방패' 내세우기 어려워진 경영인들
    이 회장 역시 '조용한 리더십' 명분 사라져
    삼성전자·물산 등 사업 성과 과제 外
    중심 잡을 인사·조직·시스템 재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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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승계와 관련한 항소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6개월,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 이후 1년 만에 도출된 결과다. 이번 재판의 결과로 삼성그룹은 오너리스크와 사법리스크를 다소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건에 이은 불법 승계 재판까지, 이재용 회장을 둘러싼 리스크는 전문경영인들의 부진한 성장과 미진한 투자활동의 핑계 거리로 활용됐다. 이제부턴 더 이상 이를 앞단에 내세우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만큼 진짜 '책임경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 회장이 구속수감됐던 당시, 전문 경영인들은 오너가 없는 상황에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핵심 경영진은 이 회장의 부재(不在)에 눈물까지 흘렸고, 또 다른 최고경영자는 대규모 M&A를 추진하지 못한 원인을 오너리스크에서 찾기도 했다. 이런 모습들은 시스템의 삼성, 관리의 삼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방증했다. 또 이사회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들이 각자 도생하는 전략에 물음표가 찍히게 된 계기가 됐다.

      삼성그룹이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갇힌지 10년만에 삼성전자는 여느때보다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에 맞닥뜨렸다.

      업황은 차치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초격차 1등의 지위도 이미 위태로운 상황. 우리나라에서만 보더라도 현대차에 실적 1위 자리를 내줬고, 만년 후발주자로 여겼던 SK하이닉스에도 분기 영업이익이 뒤처지는 성적표를 받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 경쟁력이 한참 뒤쳐지고 있는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점차 상수가 되고 있다.

      수년 째 반복하는 대규모 M&A설(設)에 더 이상 투자자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전문 경영인들이 공염불을 수 년째 반복하면서 이 회장 리스크를 방패삼은 고의적 실기(失期)란 외부의 시선도 받았다. 이 회장의 재판이 삼성전자의 투자 활동에 실제 제약으로 작용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앞으론 전문경영인이 아닌 이 회장이 직접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야하는 시점이 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3년새 최저점으로 치닫고 있다. 6만전자의 기대감에서 이젠 5만 전자를 사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물음으로 바뀌고 있다. 회사는 역대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사업적으론 과거 그룹이 주장한 합병의 시너지는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2020년 기준 통합 삼성물산 매출액 60조원이란 목표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 회장이 재판을 받는 동안 삼성물산은 회사의 핵심이던 주택사업(래미안)마저 철수하는 수순이란 평가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골칫거리였던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비밀합의를 체결하며 현금 724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는 회사의 사업보단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기 때문으로 평가 받는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은 유무형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야심차게 출범했던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는 10년전과 비교해 오히려 떨어진 상태다.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할 인사와 조직, 시스템을 재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미래전략실의 해제, 즉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삼성그룹의 경영상 총제적 난국을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였다. 미래전략실을 사실상 대체하고 있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미전실과 오너를 대체할 수 있는 조직으로 자리잡지 못한 원인도 크다. M&A 또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올려도 사업지원TF만 거치면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다보니 오히려 계열사의 유리전창 역할을 하는 조직이란 자조섞인 표현도 등장했다.

      그룹은 지난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겠다며 삼성전자에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고,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경영진단과 컨설팅 역할을 하는 '경영진단실'을 설치했다. 아직까지 가시화한 성과는 없다. 다만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벗고 경영 최일선에 나선다면 이 같은 헤드급 조직의  움직임을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

      고법 판결에 대한 검찰의 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심과 2심이 동일한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법률심인 3심에서 판단이 완벽하게 뒤집힐 것으로 보긴 어렵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고 판단한다면 등기이사 복귀도 점쳐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총 10명의 이사진 가운데 7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의 임기가 만료한다. 더 이상 '조용한 리더십'에만 머무를 명분이 남아있지 않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으로 복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