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비전의 참여 명분은 데이터와 시너지
아워홈 통해 데이터 확보ㆍAI솔루션 확장
설득력 미지수…김동선 승계에 핵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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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이 급식업체 아워홈 인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영상 보안업체인 한화비전의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기존 사업과 연결고리가 부족해 시장에서는 '조연' 이자 '곳간' 역할로 판단하는 시선이 많지만, 정작 한화에서는 한화비전이 아워홈과의 시너지를 낼 '주연' 으로 보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아워홈 인수는 한화그룹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의 승계와 직결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운 후 F&B(식음료)·로보틱스·물류 등을 종합하는 밑그림이 예고돼 있다.
관건은 이런 밑그림이 얼마나 시장과 감독당국, 그리고 주주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하는가 여부다. 자칫 사업 연관성이 적은 계열사가 자금조달에 동원된다는 비판을 감내하기 힘들 경우 딜 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비전은 2월 중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회장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계획이다. 인수 금액은 총 8600억원, 인수 대상 주식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유한 880만주(38.56%)와 구미현 458만주(19.28%), 특수관계인 포함 총 58.6%다. 아워홈 오너가 넷째인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직 한화 측의 매수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법정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인수 구조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비전이 특수목적회사(SPC)의 보통주를 인수하고, SPC가 유상증자해 IMM크레딧으로부터 자금을 투자 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화비전은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을 댈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급식사업과 무관한 한화비전이 오로지 자금 지원을 위해 동원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비전의 주요 사업은 영상 보안 사업으로, 광학 설계·제조 기술 및 영상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큐리티 솔루션 제공이 주력이다. 신사업 투자를 감당할 만큼 자금 여력 풍족하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2794억원 수준. 그룹 차원에서도 아워홈 인수에 따르는 재무부담은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 한화비전의 인수참여에 대해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에선 "한화비전의 아워홈 인수로 적잖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라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도 한화비전이 먼저 나서 아워홈 분석을 진행했고, 외식업 운영 경험이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앞단에 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비전은 중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심 솔루션 및 서비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기술 고도화가 필수다. 보안업체 특성상 회사가 고객의 데이터를 제공받기 쉽지 않은데 직접 큰 회사를 인수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게 그룹 측 시각인 셈이다.
현재 아워홈은 전국에 물류센터 14곳, 공장 9곳을 가지고 있고, 기업·병원·학교·공공기관 등 600곳 이상의 다양한 업장을 위탁 운영 중이다. 제조나 물류, 리테일 등 소비자 접점을 모두 아우르는 F&B 회사다보니 조리 과정부터 식자재 재고 및 물류 관리, 소비자 식단 및 동선, 설비 이상 탐지 등 다양한 상황의 데이터가 발생한다.
한화그룹으로선 아워홈이 이 데이터를 통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아워홈의 전국 사업장과 물류 및 제조 센터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솔루션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소스를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명분도 거론된다. 데이터 통합을 거쳐 솔루션에 적용하고 나아가 병원(헬스케어), 호텔, 오피스 등 다양한 부문의 플랫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이런 명분이 얼마만큼 시장과 한화비전 소액주주들에게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한화비전의 아워홈 인수전 참여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난관에도 불구, 아워홈 인수는 김동선 부사장의 승계 구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동선 부사장이 그룹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사업 영역은 아워홈 인수로 시너지가 예상되는 F&B, 푸드테크, 호텔 및 외식사업 등이다. 김 부사장은 그룹 6개 계열사의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한화모멘텀·한화비전(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미래비전총괄 등을 겸임 중이다. 아워홈은 이런 김 부사장의 영역을 넓혀줄 주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F&B 사업 확장에 의지가 큰 김동선 부사장에게는 아워홈만한 매물도 없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화비전의 최대주주는 지분 33.95%를 보유한 ㈜한화다. F&B 영역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 향후 사업 분리 과정에서 김 부사장 쪽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 측에서는 아워홈을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풀무원, 대상 등 ‘종합 식품기업’을 키우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 식품사업에 한정짓지 않고 AI 데이터 확보 등에 활용하려는 이유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