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까진 사상최대 실적
연말 결산 앞두고 어닝쇼크 우려
독감, 산불 등 거론되지만
빡빡해진 금융당국 IFRS17 가이드라인 거론
금융당국이 중심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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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실적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실적 신뢰성에 대한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전과는 양상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사상최대 실적을 자랑(?)했지만, 연말 결산시점 발표를 앞두고 ‘어닝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과 한 분기만에 달라진 분위기에 투자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고무줄 실적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독감 환자 급증과 폭설 등의 영향으로 보험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금융지주 다섯 곳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순이익이 1조200억원으로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인 1조5000억원보다 31.9% 낮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 5곳의 예실차(예상과 실제의 차이) 손실 합계가 4870억원으로 IFRS17 도입 이후 가장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5곳 중에선 현대해상이 어린이보험 영향으로 손실액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투자증권도 보험사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분석하며, 삼성화재에 대해서도 ‘어닝쇼크’ 전망을 내놨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 투자손익에서 처분손 인식이 영향을 줬으며, 금융자산 처분손실에 의해 평가보다 부진한 투자수익률(2.3%)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DB손보는 해당 지역의 37건에 계약을 보유하고 있어서, 손실 규모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다.
이와 같은 분석에 대해 투자자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주요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한화손보)들은 총 누적 약 7조3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 실적이 증가하며 사상최대 실적을 거둔바 있다. 투자자들은 불과 한 분기 만에 독감 유행 등으로 ‘어닝쇼크’가 예상된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부진한 실적의 원인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작용했겠지만, 그것보단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회계처리 가이드라인 영향이 더 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실적 부풀리기‘ 논란과 관련해서 보험사들에 무저해지 보험에 대한 해지율 가정을 더욱 보수적으로 추산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IFRS17의 손익 인식은 미래이익(CSM)을 상각하는 방식이다 보니 회계처리 가정 변화가 당장 실적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도 보험사들은 어닝쇼크를 내지 않았다"라며 "자연재해 등의 요소보단 금융당국의 회계처리 가이드라인 변경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말 결산에서 ‘어닝쇼크’가 예상되면서 3분기까지 실적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보험사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손바닥 뒤집듯이 연말결산에서 실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보험업에 대한 관심도는 낮지만 금융주나 배당주 투자를 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관계자는 “연말 결산에서 가정변경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일이 종종 일어날 수 있다”라며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투자자들로선 갑작스런 어닝쇼크 전망에 놀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실적 발표 후에 IFRS17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논란이 일 때마다 '땜질식' 처방에 나서는게 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어느때보다 금융당국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문제가 터지면 보험사들은 금융당국만 바라볼 수 없다”라며 “그 어느때보다 일관성 있는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