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생보사 인수 향방은…경영실태 평가 주목
금감원 내부선 이복현 원장 퇴임 후 '피바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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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에 대한 검사 결과를 앞둔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의 '매운맛' 예고로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검사 결과는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 계획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한편, 금감원 내부에서는 검사 결과 자체보다도 이 원장 임기 만료 후 점쳐지는 감사원 감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검사 결과 확정 전 중간발표 관행 등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2월 4일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 결과 관련 브리핑을 연다. 지난해 정기검사 대상이었던 KB·우리·농협금융지주와 각 은행의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다. 이 원장은 앞서 두 차례나 결과 발표를 미루면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검사 결과의 심각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검사 결과가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보험 인수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지주회사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경영실태 평가 종합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검사에서 우리금융지주가 3등급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우리금융의 재무건전성을 집중 점검했고, 비교적 낮은 재무비율과 산정방식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작년 3분기 기준 11.96%로 5대 은행지주 중 유일하게 13% 미만이다. 다만 산정방식을 문제삼는다면 타금융지주 자본비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등급 강등의 근거가 되긴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작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복현 원장 임기 만료 이후의 '후폭풍'을 더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분위기다. 정권 교체 이후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되면 이 원장 재임 기간 동안의 금융사 조사와 제재, 발표 과정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것이 검사 결과 확정 전 중간발표다. 확정 결과 이전에 잠정적 검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 원장 취임 후 관행처럼 굳어졌다. 검찰의 피의사실공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만큼 논란의 소지가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 대상이 된 금융사는 잘못된 금융사로 낙인찍힌 탓이다.
검사 실무자들의 최종 검토가 완료되기 전에 중간 보고 단계의 내용을 발표한 경우, 실제 제재와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감사원은 통상적으로 금감원을 감사할때 금융사 검사에서 귀환한 이후 작성하는 결과 보고서와 실제 제재간 차이에 대한 근거를 면밀히 요구해 과잉 검사 및 특혜 여부를 조사한다. 이 원장 취임 후 중간발표 및 보도자료가 다수 배포되면서 문제가 될만한 여지가 대폭 늘었다는 지적이다.
불법 외화송금 사건과 같이 최종 징계가 당초 예상보다 가볍게 끝난 사례들이 있어, 이러한 중간발표의 적절성 여부가 향후 감사원 감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우리금융 검사에서도, 이 원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재임 시기까지 불법대출 사건이 추가로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 역시 최종 검사 결과에서 충분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우리금융 검사 결과를 앞두고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한편, 금감원의 내부적 고민은 미래의 후폭풍에 맞춰져 있는 분위기다,
이 원장의 임기 만료는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금감원 조직 전반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현재 감사원장 역시 국회 탄핵소추로 헌법재판소 심판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에 대한 감사의 시기와 강도는 이러한 정치적 변수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 교체된 부서장들을 두고 '순장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원장 퇴임 후 새로 선임되는 금감원장의 성향에 따라 대대적인 부서장 교체가 있을 수 있고, 이전 조사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경우 현직 부서장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권 교체 가능성이라는 정치적 변수까지 떠오르면서 금감원 내부의 긴장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