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승기 잡은 MBK·영풍…길었던 분쟁의 종지부 눈앞
입력 2025.01.23 07:00
    집중투표제 통한 이사 선임 무산에
    MBK·영풍 후보 14명 이사회 진입 눈앞
    15(MBK·영풍) 대 11(최윤범 회장) 재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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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례없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경영권 분쟁의 결말이 다가오고 있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최윤범 회장의 마지막 카드였던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법원의 판결로 무산되면서, 현재로선 의결권 기준 과반 이상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예상되는 MBK·영풍이 승기를 잡았단 평가를 받는다.

      경영권 분쟁의 결말은 결국 어느 쪽이 더 많은 이사진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진은 총 12명이다. 당초 13명이었던 이사진은 성용락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장)가 사임하면서 12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11명은 고려아연 측 인사로 분류되는데, 장형진 이사(영풍 고문)만이 MBK·영풍 연합 측에 서 있는 인물이다. 11명(고려아연)대 1명(MBK·영풍)인 현재 이사회 구성은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한 이사 선임은 무산됐고, 이사의 수 상한을 19명으로 제한하는 1-2호 의안의 표결이 진행되지만 현재로선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사의 수를 제한하기 위해선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으로 참석한 주주의 66.7%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당초 의결권 기준 지분이 다소 열위한 고려아연 측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추천 인사 일부를 이사진에 합류시키고, 19명으로 이사의 수를 제한해 이사진의 과반 이상을 유지하겠단 계획이었다.

      즉 고려아연 측은 현재 12명의 이사진을 유지, 19명의 이사진 수의 제한을 두는 것을 전제로 7명의 이사후보만을 추천했다. 이에 반해 MBK·영풍 측은 총 14명의 이사후보를 추전했다. 최소한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면, 현재 14명에 달하는 MBK·영풍 측 인사들이 모두 이사회에 합류하더라도 최윤범 회장 측이 과반 이상의 이사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었다.

      MBK·영풍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약 47% 수준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지분율 기준 약 3~4%의 국내외 기관들이 합류한다면 절반 이상의 의결권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MBK·영풍 측은 이사의 수 제한 안건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해당 안건 역시 통과하지 못한다면 5호 의안인 양측이 추천한 인사 모두에 대해 보통결의 방식으로 선임 여부를 가리게 된다. 보통결의방식은 참석 주주의 50% 이상 동의가 가결 요건이다. 

      현재로선 MBK·영풍 측 추천 인사 전부가 이사진에 합류하고 고려아연 측 추천 인사가 한 명도 이사진에 진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이사진 구성은 MBK·영풍 15명(장형진 고문 포함) 대 최윤범 회장 측 11명으로 재편된다.

      이번 주총에선 이사진 선임 안건 외에 ▲집행임원제도 도입(1-3호) ▲액면분할(1-4호) ▲소수주주에 대한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1-5호)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정관변경(1-6호) ▲배당기준일 변경(1-7호) ▲분기배당 도입(1-8호) 등의 안건이 상정한다. MBK·영풍 측은 이 가운데 집행임원제도 도입, 액면분할, 배당기준일 변경 등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전망이다.

      임시 주주총회를 끝으로 이사진이 재편하면, 길었던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회사는 오는 3월에도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해당 주총일을 기점으로 총 5명의 현직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한다. 

      내일 열리는 주총에서 MBK·영풍 측이 이사회를 장악한다면, 정기 주총에서 이사진을 새로 선임할 유인이 없다. 물론 MBK·영풍 측이 추가 이사선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반대로 정기 주총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주주로서 이사를 추천하고 이를 MBK·영풍 측이 받아 들일 여지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