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불신 키우는 지급여력 비율…배당도 ‘오락가락’
입력 2025.01.14 07:00
    취재노트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깐깐해진 규제
    금리하락과 맞물려 킥스 비율 큰 폭 하락
    경과조치 신청하는 보험사 늘 듯
    배당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IFRS17 도입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지급여력 비율(이하 킥스 비율)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혼선을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킥스 비율은 배당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에 이어진 ‘실적 부풀리기’ 보다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형보험사조차 킥스 비율이 200%를 밑도는 일이 속출했다. 삼성생명(193.5%), 한화생명(164.1%), 동양생명(160.3%), 미래에셋생명(193.8%) 등이 대표적이다. 손해보험사 중에는 현대해상(170.1%), 롯데손해보험(160.3%), MG손해보험(193.8%)가 200%를 밑돌았다. 금리하락과 맞물려 보험사 킥스 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지급여력 비율이 200%를 넘지 못하면 배당에 제한이 따른다. 금융당국 권고 수준은 150%고, 법정기준인 100%를 밑돌면 경영개선권고 등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에선 킥스 비율이 200%가 넘는 보험사에만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을 80%로 낮춰서 배당가능이익을 늘릴 수 있도록 조치해주고 있다. 즉, 킥스 비율에 따라서 배당이 제한되게 된다. 

      작년 연말 기준 킥스 비율 하락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회계적인 실적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이어졌다. 

      해당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감독당국에선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보수적으로 실적을 산출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 등 여러 조치가 취해졌다. 다만 이런 가이드라인은 지급여력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정 변경 때문에 킥스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 들 수 있다”라며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잠재우려다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경과조치를 신청하는 보험사가 대거 늘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과조치란 보험사가 킥스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감소한 자본을 유연하게 평가해주는 제도다. 킥스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완충장치로서 보험사들이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KDB생명, IBK연금보험, 하나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이 신청했다. 올해에는 대형 보험사들 역시 경과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대형사들도 경과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라며 “연말 기준 킥스 비율의 큰 폭 하락이 예상되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배당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회사의 직전 5년 평균 배당 성향의 50%와 보험산업 전체 직전 5년 평균 배당 성향의 50% 중 큰 비율을 넘을 수 없게 된다.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보험사들이 ‘사상최대’ 이익을 내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연말이 지나면서 이들 보험사들의 킥스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규정에 따라서 배당이 줄어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통상이라면 실적 상승은 이후 배당 증가로 이어진 다는 점에서 ‘호재’로 볼 사안이지만 보험사는 실적과 건전성이 반대로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투자자는 “사상최대 실적이라고 배당을 기대했지만,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규제를 강화하니 이제는 배당을 할 수 없는 보험사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게 되었다”라며 “불과 1년 사이에 킥스 비율이 이렇게 오락가락 하면 누구 말을 믿고 보험사에 투자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혼란을 금융당국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IFRS17은 미래수익 등 가정에 의존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조정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질때마다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일관된 자세로 대응을 하면 되는데 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