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ETF부문 책임자인 김찬영 본부장은 사의 표명
지주서 전체 순자산 15조원 증가 명 받았는데 안팎으로 '홍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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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자산운용이 ETF 사업 부진으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ETF 시장 3위 자리를 내준데다, 내부에선 ETF부문 책임자가 사의를 표명한 까닭이다.
설상가상으로 지주에선 올해 전체 사업 순자산(AUM)을 15조원 늘리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KBSTAR'에서 'RISE'로 리브랜딩을 마치고도 오히려 점유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회사 안팎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따르면 올해 KB운용이 KB금융지주로부터 받은 전체 순자산 목표 증가치가 15조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KB금융그룹의 2025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목표치를 제시했다. 금융지주는 매년 말이 되면 다음해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한다.
현재 KB운용의 순자산 규모는 150조원으로, 10% 가량 규모를 키우라는 목표로 풀이된다. 다만 액티브(적극운용) 펀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15조원 중 상당수가 ETF 사업부문에 할당된 것으로 알려진다. KB운용은 지난해 ETF 수탁고가 약 40%가량(4조원) 늘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성장폭을 더 키워야할 것으로 추측된다. KB운용의 ETF 순자산이 13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사업계획서를 받아든 KB운용 실무진들은 상당한 부담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ETF 시장에서 KB운용의 입지가 좁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KB운용은 KB라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에도 불구하고 ETF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리브랜딩 후에도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ETF와의 격차는 오히려 더 좁혀졌다. 연초만 해도 3% 가까이 벌어졌던 점유율 차이가 하반기들어 1% 이내로 크게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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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KB운용은 해를 넘기지 못하고 한투운용에 ETF 시장 3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달 27일 한투운용의 순자산총액이 13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13조1000억원인 KB운용을 앞선 것이다. KB운용이 다음날 3위 자리를 되찾긴 했지만, 시장에선 KB운용의 입지가 더욱 불안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성 KB운용 대표는 지난해 취임 후 한투운용 출신의 김찬영 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인재 영입 및 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내부 위기감만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외부 인사 영입 과정에서 삼성운용 출신 인사들이 주로 합류하면서 기존 실무진과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찬영 KB운용 본부장은 최근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다. KB운용의 ETF 브랜드 변경, 라인업 정비 등의 노력에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3위 자리가 위태로워지자 책임감을 느끼고 결단을 내린 것이란 설명이다. 한투운용에서 KB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이다.
운용업계에서는 당분간 KB운용의 고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3위 자리 수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ETF 부문 수장 자리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인 까닭이다. KB운용은 김 본부장의 사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운용이 3위 자리를 한투에 내주면서 경쟁력 있는 상품 출시와 점유율 제고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