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들 역시 1~2주씩 앞당겨 인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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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산업은행의 인사 이동 시기가 빨라졌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기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빨라진 국내 금융지주들과 보폭을 맞춘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12월13일 임원(부행장) 인사를 단행했다. 과거 임원 인사 일정과 비교하면 이번 인사가 2주가량 빠르다. 통상 연말에 이뤄지던 부행장 인사는 12월 중순에 이뤄졌고, 1월에 단행되던 본부장 및 부점장 인사는 12월로 앞당겼다. 산업은행은 연도별로 ▲2023년 12월 28일 ▲2022년 12월 27일 ▲2021년 12월 22일 ▲2020년 12월 31일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 30일 발표한 본부장 및 부점장 인사도 1월 중에 이뤄지던 전례를 감안하면 2~3주 빨라졌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부터 조기 인사를 계획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은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 금융위원회에서 예산 승인을 받아야 해 연말이 돼야 인사를 확정할 수 있었다.
산업은행 측은 조기 인사에 대한 의미는 일축했으나, 최근 주요 인사 이동 일정을 앞당긴 금융그룹과 발맞춰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년 시장이 빨리 움직일 걸 대비해 조직을 미리 안정화하는 셈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는 연말 임원 정기 인사 시기를 1~2주 앞당겼다. 탄핵정국에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속한 위기 대응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1월 본격 시행되는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임원들의 책임 문제를 사전 규정해야 하는 만큼 조직개편과 인사를 빠르게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새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은 내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여러 대기업이 작년부터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많은 기업이 내년에도 긴축 경영을 예고한 만큼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법무법인은 산업은행과 접점을 다시 늘리려 하고 있다.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고민도 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성사 이후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제공한 대출 외에도 한진칼에 직접 투입한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면서 한진칼 보통주 약 5000억원 규모를 인수하고 대한항공 주식이 담보인 교환사채(EB) 3000억원을 인수했다. 3000억원 규모 EB의 만기는 내년 12월이다.
HMM 매각이 불발되며 산업은행이 보유한 7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CB를 HMM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해 자본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는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지원 여력이 악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등의 의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았던 만큼, 탄핵 정국에서는 지난 매각 때보다 원매자를 찾기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 매각 무산 후 자회사로 품을 산업은행은 자본확충이라는 과제가 생겼다. 지난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55.4%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 이상)를 가까스로 넘겼다. 그동안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1조원이 넘는다. 자회사 편입 이후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거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 많다 보니 새 조직 체제를 꾸린 후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