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3개월새 9% 하락에 외국계 투심 위축
두 자릿수 수익률 기대했는데, 환차손에 달성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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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LG CNS 기업공개(IPO) 흥행 가능성에 노란불이 켜졌다. 강달러 현상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으로 공모 주식에 투자할 경우 환차손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까닭이다.
LG CNS는 모처럼의 조 단위 딜로, 해외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환율 변수가 부각한 것이다. 여기에 정국 혼란·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더해 트럼프 2.0 정책 리스크 등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52원을 기록했다. 주간 종가 기준 올해 최고치였다. 24일에도 상승세는 계속돼 장중 1456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4거래일 연속 1450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1~13일 이후 처음이다.
정치 불확실성과 연준 통화정책이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1410원대까지 안정되는 듯했으나, 탄핵 정국 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금리 인하 결정이 더해지며 달러가치가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예비 IPO 기업들의 외국계 자금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국내 공모주에 투자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은 15~20%의 수익률을 기대하는데, 최근 원화가치 급락으로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3개월간(9월23일~12월23일) 9% 가까이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9월 원화로 국내 주식을 매수했다면 주가가 변하지 않더라도 9%의 환차손을 봤다는 의미다.
특히 내년 초 IPO를 준비 중인 LG CNS가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G CNS는 당장 내년 1월 9일~15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5조2028~5조9972억원으로 공모액만 1조405~1조1994억원에 이른다. 공모액의 절반 가량은 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현재의 환율 변동성 속에서는 외국계 자금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기관들은 통상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하고 IPO에 참여하는데, 지금은 당장 투자하더라도 환차손 때문에 수익률이 깎일 상황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져 원화가치 하락 폭과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현재 분위기로는 LG CNS도 상장 일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게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으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가 관세 인상 등 공약을 이행할 경우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과 교역 감소, 공급망 혼란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매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감세 정책 역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해외 물량을 줄이고 국내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수요를 모으는 전략도 거론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1조4917억원 규모의 공모 당시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사로만 주관사단을 구성한 바 있다. 다만 이 경우 공모가격을 낮춰야 투자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G CNS의 성공적인 상장 여부는 기관 수요예측이 예정된 내년 1월 초 시장 안정성에 달려있다. 환율이 진정되고 외국계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공모 참여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평가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환율은 탄핵소추안 발의 직후부터 13일간 상승했으나, 이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다만 이번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더해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환차손 우려로 외국계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해외 수요가 줄더라도 국내 투자자 중심으로 공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공모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며 "다만 기업 가치가 경쟁력 있다고 판단되면 환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투자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