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승부'로 끝난 한미그룹 이사회 전쟁...'라운드 2'는 내년 주총으로
입력 2024.12.24 07:00
    한미사이언스 5:5,한미약품은 6:4 '팽팽'
    지분 모녀 측 유리…내년 주총 승부날까
    형제 측, 상속세·세무조사 난관 이어져
    핵심 주주에서 경영진으로…신동국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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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미약품그룹 오너가(家) 일가의 형제가 한미약품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추진한 계획이 모두 무산됐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모두 이사회 구성에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진행된 이사회 구성 전쟁은 어느 쪽의 '완승'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로 마무리됐다. 4자연합 측이 지분율에서 앞서며, 내년 정기주총에서 분쟁이 완결될 지 주목된다.

      19일 오전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형제(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 측이 제안한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2명의 해임안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이 기존대로 이사회를 장악하게 됐다. 

      앞서 형제 측은 4자 연합 측 박 대표와 신 이사를 해임하고 자신들의 우군인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다.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모녀 측과 신 회장이 시도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당시 이사 수를 늘리는 정관변경 건 부결로 신 회장만 이사회에 입성, 구도가 5대5로 재편된 바 있다.  

      이대로 양측 입장이 교착 상태로 간다면 분쟁 흐름은 내년 정기주총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는 이전 임시 주총에서 제안된 것과 같이 이사 수를 늘리는 정관 변경과, 임주현 한미약품 그룹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건에 더해 임기 만료 이사를 재선임하거나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건 등이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양측이 동수를 이루고 있지만, 지분 구조상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손잡은 4자 연합의 우호 지분이 늘면서 더 유리하다. 반면 형제 측은 상속세 납부 등으로 지난 주총 이후 지분이 줄어들었다. 만약 내년 정기주총에서 형제 해임안 등이 상정될 경우 형제 측이 보유한 지분으로는 방어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주총에서 이사회 명수 변경 정관이 바뀐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재까지는 양측 이사회 구성이 팽팽하기 때문에 쉽게 분쟁이 끝나기 어려운 사례”라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은 무승부로 끝나고 한미약품 주총은 4자 연합이 승기를 잡으면서 특별한 ‘봉합’ 없이는 내년 주총까지도 완전한 ‘승부’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 간의 ‘극적 화해’가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앞서 형제 측의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 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13일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이 공개된 직후 임시 주총을 철회하자는 제안을 담은 입장문을 배포했다가 철회했다. 

      임종윤 이사는 중국 사업과 관련해 국세청의 조사를 받는 점도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9월부터 특별 조사를 통해 북경 한미약품과 코리그룹과 거래가 부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임종윤 이사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다.

      모녀 측이 라데팡스파트너스 등 우호 세력을 늘린 반면 형제 측은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납부를 위해 지분을 계속 매각할지 모를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최종 승산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시장에서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추후 행보도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은 모녀 측과 의결권공동행사를 체결하며 연합을 이뤘고 공동경영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번 임시주총으로 신 회장은 한미약품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입성했고,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도 진입했다. 

      당장은 큰 변화가 어렵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신 회장이 지속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4자 연합이 최종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승기를 잡게 된다면, 이전부터 힘을 모아 온 모녀 측과 라데팡스파트너스 연합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동국 회장이 원래 제약 사업을 하던 경영인이 아니기도 하고, 연령 등을 고려했을 때 지속적으로 경영 참여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있다”며 “이번 분쟁을 통해 시장이 오히려 오너가는 ‘돈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신 회장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쥐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